골프카트로 택배 배달, 돈은 아파트 부담..이런 상생도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택배 논란이 ‘갑질’과 ‘안전’ 사이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측은 택배 배달 차량의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고덕동 아파트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배송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조가 개별택배배송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낸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는 일부 입주자들의 항의로 택배기사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택배노조 측은 지하주차장을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이 없는 택배기사들의 경우, 손수레 택배배송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저상차량이 아닌 경우, 손수레 택배배송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시적인 대안일 뿐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택배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다산 신도시의 한 공원형 아파트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택배 차량이 후진 중 아이를 칠 뻔한 사고가 발생하자 대책회의를 통해 택배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면서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기존 ‘2.3m 이상’이던 지상공원형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 기준을 ‘2.7 m 이상’으로 상향하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고덕동의 아파트는 2016년에 건설을 시작해 바뀐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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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논란에 '실버택배''전동카트' 등 대안들도 나와
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택배 지상출입이 금지된 아파트는 179개다. 잇따른 택배 갈등으로 아파트와 택배업체가 상생하는 방안들도 생겨났다. 세종, 울산, 인천 등의 공원형 아파트에서는 택배차량이 출입하지 못하는 경우,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동카트에 물건을 옮겨 배송하고 있다. 전동카트 구매 등에 대한 비용은 아파트 측이 부담했다.
실버택배도 등장했다. 실버택배는 택배기사가 단지까지 배송을 완료하면 실버택배기사로 고용된 노년층이 다시 각 집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고령층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활용되면서 정부·지자체·택배회사가 손을 맞잡았다.
실버택배기사는 하루 약 4시간을 배송할 경우 월 12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게 된다. 이 급여는 지자체와 택배사에서 일정 부분 부담한다. 이 밖에도 지상택배 차량이 통행 가능한 시간대를 주민들의 투표를 받아 설정하고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아파트들도 생겼다.
한편 고덕동 택배 논란과 관련해 택배노조 측은 아파트 내 안전속도 준수, 후면 카메라 의무설치, 안전요원 배치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원만한 협상과 타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협상이 없다면 이 투쟁은 중단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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