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찬반으로 15년째 쪼개진 마을, 공동체 회복 안간힘
[윤성효 기자]
▲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는 4월 17일 창원마산 구산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수정, 다시 빛내리"라는 제목으로 수정마을 주민워크숍을 열었다. |
ⓒ 윤성효 |
"아자 아자, 다시 다시, 우리가 우리가, 빛내리 파이팅."
17일 오전 창원마산 구산면사무소 2층에 모인 100여명의 주민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함께 외쳤다. 주민들이 한데 모여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뭉친 것이다.
주민들은 "나는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당신도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거나 "수정마을의 가치를 같이 찾자", "나, 너, 우리, 함게 만다는 수정마을 미래. 우리 마을의 주인은 우리입니다"고 했다.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위원장 안차수 경남대 교수)가 "수정, 다시 빛내리"라는 제목으로 수정마을 주민워크숍을 열었다. 주민워크숍은 18일, 24일, 25일까지 이어진다.
수정마을은 한때 개발 문제로 공동체가 파괴된 대표적인 마을이다. 1990년대 택지 공급을 목적으로 수정만을 매립했는데, 2006년 5월 옛 마산시(현 창원시)가 STX와 조선기자재 공장을 짓기로 약정을 채결하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STX 공장 유치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쪼개졌다. 옛 마산시는 보상을 내걸었고, 반대 주민들은 옛 마산시청과 STX 서울본사 등 곳곳에서 100회 넘는 집회를 벌였다.
그러다가 STX는 2011년 공장 설립을 포기했다. 현재 매립지는 텅 비어 있다. 매립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현안이 남아 있는 가운데, 쪼개진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회복부터 나선 것이다.
오랫동안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을 정도였고, 마을회관도 2개로 나뉘어 사용할 정도였다. 그렇게 지내오기를 15년 정도가 지났다.
이에 마을에 있는 천주교 트라피스트 수녀원을 비롯해 뜻있는 주민들이 공동체 회복을 위해 나선 것이다. 이에 경남도, 경남도교육청, 창원시, 경남연구원 등이 호응하면서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가 결성됐다.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는 지난 3월 27일 첫 '마을주민과의 대화'를 가진데 이어, 이날 주민워크숍이 열렸다.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모두 안간힘을 쏟고 있는모습이다.
이날 워크숍은 정은희 경남대 교수가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이어 김석호·이진희·신영규·박희운·김상준 교수(경남대) 등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주제별 원탁 토론'을 벌였다.
▲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는 4월 17일 창원마산 구산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수정, 다시 빛내리"라는 제목으로 수정마을 주민워크숍을 열었다. |
ⓒ 윤성효 |
마지막에 주민들은 각 조별로 나눈 원탁토론 내용을 함께 공유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공동체 회복'과 '단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애(1조)씨는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데 운동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둘레길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게이트볼장이 있었으면 한다"며 "노래교실의 문턱을 더 낮추어 나이 드신 분들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씨는 "폐교(중학교)에 도서관이나 문화예술 분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사람들도 와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마을에 꽃단지를 만들어 인근 관광지와 연계되면서 관광객이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인혁(2조)씨는 "마을에 많은 분들이 모여 좋은 아이디어 내야 발전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게 단합"이라며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운동기구가 있었으면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에다 버스 정류장 시설 개선과 주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수강(3조)씨는 "옛 보건소와 폐교, 마을회관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며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가 회의실로 쓸 공간이 없는데 옛 보건소 건물을 활용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자(4조)씨는 "마음으로만 담고 있었던, 무거운 짐을 끄집어낼 수 있어 좋았다"며 "무엇보다 폐교에 꽃밭을 만들었으면 하고, 운동기구도 갖다 놓았으면 한다. 거기에 여러 문화예술 교실을 열었으면 하고, 전시관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순자(5조)씨는 "우리 마을은 홍합이 유명한데 그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 왔다. 홍합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수정'은 물이 맑다는 의미다. 그 마을답게 공동체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라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김상준 교수(6조)는 "어르신들께서 원탁토론할 때는 말씀을 잘 하셨는데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는 게 부담이 되어 대신 말씀 드린다"며 "많은 의견을 주셨다. 특히 폐업한 목욕탕을 다시 살렸으면 하시고, 비가 오면 '수정천'이 넘치는데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이전에 즐겨 했던 '풍물놀이'를 다시 했으면 하신다"고 했다.
이날 워크숍 진행을 한 정은희 교수는 마지막에 "마을이 발전하려면 5가지가 필요하다. '꿈' '교육' '관심' '협력' '실천'이다"며 주민들과 함께 "내가 우리 마을을 빛내리"라고 외쳤다.
이천수 의원 "단합이 중요" ... 안차수 위원장 "전국 첫 사례"
이날 워크숍을 지켜본 이천수 창원시의회 건설해양농림위원장은 "수정마을은 10년 넘게 개발 문제를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서로 대화도 없었고 화합이 안됐다. 주민들의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공장 유치도 되지 않다 보니 반목이 심했다"며 "어떻게 하든 수정만 매립지를 개발했으면 빨리 화합되고 단합, 발전도 되었을 것이다. 오래 방치해 두었고, 주민 골도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늦었지만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이제 시작을 했기에 주민들 간에 깊은 골을 없애야 한다. 이전처럼 형님동생, 언니아우가 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며 "매립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데, 우선 마을 단합이 먼저다"고 했다.
안차수 위원장은 "이 마을은 오랫동안 갈등이 깊었다.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서 개발을 두고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 곳이 많다. 그런데 공동체 회복과 치유를 위한 전례가 없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개발 찬반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동안 행정이나 정치권, 시민사회도 치유나 회복에는 관심이나 지원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아물 거라 방치해 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과의 갈등이 초래되었는데 그 상처는 주민들이 온전히 맡겨졌다"며 "개발 찬반으로 파괴된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수정마을이 전국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는 4월 17일 창원마산 구산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수정, 다시 빛내리"라는 제목으로 수정마을 주민워크숍을 열었다. |
ⓒ 윤성효 |
▲ 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는 4월 17일 창원마산 구산면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수정, 다시 빛내리"라는 제목으로 수정마을 주민워크숍을 열었다. |
ⓒ 윤성효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