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㊲] 씨티알 싸운드 황현우 대표, 열망과 경험이 맞닿아 신념이 될 때

류지윤 2021. 4.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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릉릉페스티벌 기획 준비 중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씨티알 싸운드

황현우는 씨티알 싸운드(CTR SOUND) 대표이자 불나방스타 소세지클럽 베이시스트 까르푸황, 프로듀서, 연극 음악 감독 등 다방면으로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을 기획해보자 싶어 손을 뻗었을 뿐인데 어느새 여러 개의 직함을 얻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베이스 연주하는 황현우'가 아닌 '프로듀서도 하고 베이스도 치는 황현우'라는 주변 사람들의 소개에 자신의 직업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학창시절 꿈은 게임 일러스트, 혹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였다. 지금은 게임 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갈등하던 황현우는 2000년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진행하는 베이스 단체 수업에 친구 따라 참여했다가, 지금까지 베이스를 치게 됐다.


"그 때 베이스 연주를 처음 접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엄청 열심히 했어요. 신동 소리도 듣고 베이스 매력에 빠져 하루 8~9시간은 기본이고 20시간 방구석에 앉아 연주만 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고향이 홍대라 밴드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음악에 익숙한 정보를 접하게 됐어요. 클럽에서 연주도 하고 밴드도 들어가는 등 활동도 했고요.(웃음)"


20대는 로망과 열정으로 음악에 임했고 30대가 된 지금은 신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회사에 입사해 대리가 되고 부장으로 승진해 '아직도 이러고 사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네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받아치며 웃는다고.


"젊었을 때는 천재력 혹은 열망, 열정이 예술을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같이 음악을 하다가 안하는 친구들은 보면 이유가 거의 생계 유지가 힘들기 때문인데, 사실 전 그걸 무시하고 살았어요. 그냥 자유인처럼 살아서 '아직 까지 뭐하는거냐'는 소리를 친구들에게 듣기도 하는거죠. 전 제가 덜 변했기 때문에 오래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때의 열망은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대신 열망이 활동했던 경험과 맞닿아 신념이 되고, 신념이 또 생활과 맞닿아 행동이 되고, 그런 날 보며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준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이런 저를 보고 일에 대한 제안을 해주기도 하시고요."


ⓒ씨티알 싸운드

어려서부터 공연, 클럽,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그는, 그 때의 경험과 기획력을 살려 씨티알 싸운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씨티알 싸운드는 현재 곽푸른하늘, 김일두, 김재훈, 이은철, 정우, 최고은, 해토 등이 소속돼 있다. 그가 첫 프로듀서를 맡은 가수는 최고은이었다.


"베이스만 칠 때는 내 곡 연주가 아닌 참여만 했는데 스물 여덞살 때부터는 내 노래 만들고 제작했어요. 그러다 최고은의 앨범을 우연찮게 도와주게 됐죠. 그 때는 제가 프로듀서라고 말하기엔 저도 막 배우고 있는 단계였죠. 그냥 처음부터 일일히 다 부딪쳐가며 배웠어요. 그 때 앨범을 나무를 깎아서 수제로 만들었는데 만드는 것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경험하니 그제서야 프로듀서의 일이 머릿 속에 들어오더라고요."


뮤지션과 프로듀서는 음악 안에 함께 묶이지만 역할이 다른 만큼 매력을 느끼는 지점을 확실히 달랐다.


"뮤지션으로서 가장 재미있을 때는 역시 무대죠. 사람들이 날 쳐다봐주고, 내가 표현하는 것에 동의해주는 것에 대한 쾌감이 엄청나요. 프로듀서로는 가장 재미있는 점은 모든 과정을 이해해야만 진행이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타협하면서 결과물이 만들어졌을 때 오는 뿌듯함이 있어요. 프로듀서일 때의 결과물이 조금 더 내 것 같단 느낌이 들어요."


씨티알 싸운드는 하나의 건물에 작업실과 녹음실, 제비다방, 건축사무소와 출판사를 운영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비다방은 사람을 모으는 공간으로 활용해요. 공연도 하면서 관객과 가수들이 만날 수 있기도 하고요.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아지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녹음실에선 가수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씨티알싸운드는 페스티벌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2020 상수 음악악제', '어슬렁 페스티벌' 에 이어 올해는 5월에 열리는 '릉릉페스티벌'을기획하고 있다. 페스티벌 제목의 의미는 '서울과 강릉, 울릉도를 잇는 페스티벌'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술 마시다가 해보자 싶어서 또 페스티벌을 계획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은 100명 미만으로 채울 예정이고 온라인으로도 진행해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쉽지 않지만 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황 대표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채널 확보다. 레이블 대표로서 소속 가수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가수가 만든 음악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진짜 멋있는 음악은 삶이 녹아져 있는 음악이거든요. 씨티알 싸운드에서 함께 하는 아티스들은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이런 친구들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는 프로듀서와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니 쉽게 겁먹지 말고 재단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프로듀서라는 것은 어떤 것을 제작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근간이지만 원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씨앗들이 있으니 너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재능이 있으면 좋지만, 재능은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프로듀서나 제작에 대한 뒷 이야기까지 들으면 음악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관점이 생겨요. '내가 프로듀서라면?'이란 가정과 함께 음악을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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