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 위기' 미얀마 예술계 연대 표명한 유럽 예술인들

클레어함 2021. 4. 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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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120여 명의 문화예술인 수배령.. "문화예술인 자유 인정받아야"

[클레어함 기자]

백 년의 역사를 지닌 미얀마 영화계와 다양한 문화예술분야가 군부 쿠데타 이후 절멸(絶滅)의 위기에 놓였다. 미얀마 군정은 최근 군 쿠데타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영화, 연극, 음악, 문학계 인사 등 120여 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고 문화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예상 가능한 신변의 위협으로 인해 은거하거나 도피 중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미얀마의 형법 505조 위반 혐의로 최고 2-3년형을 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생명도 위험한 상황이다. 

시민불복종운동 집회 참여 이유로 체포

'세계에서 최고 미남 승려'로 잘 알려진 미얀마의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다콘(Paing Takhon)은 쿠데타 이후 꾸준히 시민불복종운동(CDM) 집회에서 직접 피케팅을 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반 쿠데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는 이유로 4월 8일 체포되었다.

빠잉다콘의 가족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새벽 5시에 차량 8대로 출동한 군경이 그를 체포했으며 현재 그의 건강상태가 아주 나쁘다며 도움을 청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 일본 태국 중국에서도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페북 팬페이지는 이미 사라졌다.  
 
▲ 미얀마의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다콘의 집회 모습 미얀마의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다콘은 쿠데타이후 꾸준히 시민불복종운동(CDM) 집회에서 직접 피켓팅을 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반쿠데타 의사를 명확히 밝혀욌다는 이유로 4월 8일 체포되었다.
ⓒ Paing Takhon 페이스북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 미얀마 출신 감독은 같은 날 페북을 통해 빠잉다콘의 체포소식을 알리며 현재 120여 명 이상의 미얀마 영화인 및 문화예술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알렸다. 그는 "이제 누가 용기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트위터상의 한 미얀마 누리꾼은 영화계의 모든 감독, 배우, 관계자들에게 다 체포령이 내렸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하이틴 배우와 CF 모델을 거치며 TV 드라마 및 영화부문에서 오랫동안 왕성한 활동을 했던 배우 에인드라 조진 (Eaindra Kyaw Zin)과 남편이자 배우 뻬이띠우( Pyay Ti Oo)도 4월 9일 체포되었다. 2014년에서 2017년까지 미얀마영화협회의 대표직을 역임했고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4번이나 수상했던 인기 국민 배우이자 감독 루민(Lu Min)역시 2월 21일 체포되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도 마찬가지로 집회에 참여하고 페북에서 시민불복종운동에 공무원 참여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긴급성명 발표한 유럽의 영화계 및 예술계

이에 지난 16일 유럽 영화계 및 예술계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위험에 처한 영화인을 위한 국제연대 (ICFR: 'International Coalition for Filmmakers at Risk')와 프리뮤즈 (Freemuse), '위험에 처한 예술가 협회-펜 아메리카 (Artists at Risk Connection- PEN America)가 함께 참여했다. 제 단체들은 '미얀마의 문화예술인과 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군부의 폭력과 정치적 탄압을 규탄하고 현지 예술인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알렸다(https://www.icfr.international/news/solidarity-with-myanmar/). 

이 성명에 의하면 군부는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해 온 두 명의 시인 몌인몌인진 (Myint Myint Zin), 께이자 (K Za)를 3월 3일 살해했고, 쿠데타 첫날부터 유명 영화감독 민 틴 꼬꼬 기 (Min Htin Ko Ko Gyi)및 세 명의 작가 딴몌인아웅 (Than Myint Aung), 마웅따초 (Maung Thar Cho) 틴린우 (Htin Lin Oo)를 체포했다.

군정을 오랫동안 비판해 온 코미디언 자가나 (Zarganar)도 지난 6일 체포됐다. 가장 타격이 심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계에는 총 100여 명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는데  현재까지 민 틴 꼬꼬 기 감독 (Min Htin Ko Ko Gyi), 배우 예따익 (Ye Tike),  풰풰 (Phway Phway),  빠잉다콘 (Paing Takhon)등 대략 9명이 체포된 상태다.
 
 2019년 8월 민 틴 꼬꼬 기 감독이 수갑을 찬 채로 기자들에게 답하고 있다.
ⓒ "Justice For Min Htin Ko
 
이외에도 감독 와잉 (Wayne), 꼬빠욱 (Ko Pauk), 낫지 (Na Gyi), 배우이자 감독, 투빠잉저우 (Htoo Paing Zaw Oo), 여배우 뗏문몌인 (Thet Mon Myint) 등도 정부 수배 중에 있다. 또한 현재 예술가들에 대한 군부의 탄압이 모두 기록되거나 대중에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대다수 예술인들의 온라인 활동이 군정에 의해 감시받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민주주의의 주요한 뼈대인 예술과 문화는 탄압받고 주변화된 이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예술창작은 권력기관을 향한 도전을 도와주는 강력한 가치"를 지녔기에 "문화예술인들의 자유와 권리가 인정받고 지지받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위험에처한영화인을위한국제연대 (ICFR) 성명서  ‘위험에처한영화인을위한국제연대 (ICFR: ‘International Coalition for Filmmakers at Risk’)는 ‘미얀마의 문화예술인과 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군부의 폭력과 정치적 탄압을 규탄하고 현지 예술인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알렸다.
ⓒ infra
 
ICFR은 작년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출범했고 정치탄압을 받는 영화인들을 위해 구명 캠페인 진행과 법률지원 등을 제공해 왔다. 유럽영화아카데미 (EFA)가 주도하는가운데 로테르담국제영화제 (IFFR),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펜 아메리카-ARC는 문학장려, 표현의 자유 옹호, 위기의 작가 보호를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작가협회로 1921년 런던에서 창립 후 전 세계적으로 600여 개의 단체가 협력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국제 구명캠페인 이외에도, 정치탄압을 받는 작가들에게 긴급자금을 지급하며 망명 및 임시 재정착지원 뿐만 아니라 법률지원도 하고 있다. 프리뮤즈는 예술표현의 자유와 문화다양성을 옹호하는 국제 비영리단체로, 이들의 '예술의 자유 현황 (The State of Artistic Freedom) 연례보고서는 유엔 및 각국 정부, 학계, 문화예술계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얀마 국영방송 MRTV가 보도한 수배 리스트에는 TV및 영화 배우, 메이컵 아티스트 등 다양한 연예산업 종사자들이 포함된다. 영화분야에는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세 차례 수상한 여배우 풰풰 (Phway Phway), 빠인표뚜 (Paing Phyo Thu), 민모군 (Min Maw Kun),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텟 (Ma Htet) 등이 포함되어 있다.

뮤지션에는 힙합 가수 <제너레이션 웨이브 Generation Wave>, 찬찬 (Yan Yan Chan), 헤비메탈 커버로 유명한 가수 코니 (Connie), <미얀마 아이돌> 참가자였던 찬메이마웅초 (Chan Myae Maung Cho), 메마디 (May Madi), 팝 가수 아자니 (R Zar Ni), 펑크락커 짜빠욱 (Kyar Pauk), 가수 서포콰 (Saw Phoe Khwar) 아낫갓 (Anegga),  린린 (Lin Linn), 음악 프로듀서 우찌윈 (U Kyi Win)등이 있다.

또한, '미스 유니버스 미얀마' 2018년 우승자인 흐닌 뛔이유아웅 (Hnin Thway Yu Aung)및 기타 다른 수상자들도 포함된다. 언론계에는 <미얀마 포스트>의 프리랜서 기자 진토나잉 (Zin Thaw Naing), <일레븐 미디어> <미얀마 타임즈>에서 근무하고 의학전문지 <Sayarwon> 편집장을 맡고 있는 뚜레인 흘라윈 박사 (Dr. Thurein Hlaing Win)등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다.  

미얀마에서 군부에 대한 비판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왔다. 군정은 쿠데타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영화인 및 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미얀마 인간존엄영화연구소 (Human Dignity Film Institute) 및 '인권과 인간존엄 국제영화제'를 창립한 민 틴 꼬꼬 기 감독은  2019년 페이스북에서 미얀마 군부의 2008년 개헌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간암투병중 징역 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9년 10월 미얀마의 전통 연극단 피콕제너레이션그룹 (Peacock Generation thangyat group)의 리더격인 5명의 배우들은 연례 신년행사에서 의회의 군부 대표들과 군부의 비지니스 연루를 풍자하는 연기로 일년간의 강제노역형을 받았다.   

아랍뉴스의 2016년 보도에 의하면  배우 뚠닌떼인 (Tun Lin Thein)은 비속어로 자신의 차에 군부를 비난하는 낙서를 한 혐의로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해 2년 9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20세기 중반 군부와 소수민족 샨족의 갈등을 그린 영화도 같은 해 6월 인권영화제에서 강제 상영취소를 당했다. 이 조치를 취했던 정부산하 영화검열위원회는 "국가통합"노력을 저해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래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생사를 걸고 저항하고 있으며 영화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시민불복종운동에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군부가 평화적 시위대를 향한 살상과 체포, 수감을 당장 멈추고, 민의를 존중해 적법한 민주적 절차인 선거의 결과에 따라 민간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현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유력한 인사들도 체포 수감함으로써 저항 여론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계속해서 미얀마 유명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령을 내리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BIKY)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한국의 예술가들, 특히 영화인들이 지난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미얀마의 영화인들도 현 군부쿠데타 세력의 폭력에 대항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한국의 영화인들도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미얀마 영화인에 대한 탄압사건을 계기로 국내 영화계에서도 더 구체적인 지원활동 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에서는 2000년 송승헌 송혜교 주연의 <가을동화>의 성공 이래 한류열풍이 불었다. 2005년 8월 <2005 광주국제영화제>에서 열렸던 미얀마 특별전에는 미얀마의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테 마우 나잉 (The Maw Naing)감독의 장편영화 <수도승 The Monk> 및  웨라 아웅 (Wera aung) 감독의 <법복 The Robe>이 부산 단편경쟁부문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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