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손 놓은 이슬람 사원, 고스란히 쌓이는 대현동의 갈등
[복건우 기자]
▲ 지난해(2020년) 9월 이슬람 사원 2층 증축이 예정됐지만 지난 2월 말 민원에 부딪혀 중단됐다. 뼈대만 세워진 공사 현장에 건축 자재들이 쌓여 있다. 뼈대만 갖춘 사원은 주택가를 둘러싸고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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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대 서문을 나서면 셰어하우스와 오피스텔, 미용실이 빽빽하게 이어진다. 낮은 주택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대학가 원룸촌이다. 인쇄소와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좁은 골목마다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거밀집지역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 건립 결사반대' 같은 문구들이 전봇대 사이를 채웠다. 이슬람 사원은 붉은 주택들이 조밀한 골목 구석에 자리했다. 뼈대만 갖춘 사원은 빨간 띠와 함께 '공사 중단' 표지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슬람 사원은 대현동에 처음으로 들어선 게 아니다. 대구에는 이미 네 개의 이슬람 사원이 있다. 서구에 세 개가 있으며 달서구에는 한 개의 성원과 다섯 개의 소규모 예배소가 있다. 주로 재계와 공장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대현동에 건축 예정된 본 사원은 경북대 학생들의 요구로 추진됐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은 150명에서 200명 남짓이다. 학생들의 국적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이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에서 방역 조사를 위해 집계한 종교 시설별 인원에 따르면 교회가 16만 8800명, 성당이 4만 4400명, 모스크가 400명 정도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측은 대구 무슬림 규모를 3000여 명 정도로 예측했다. 이는 취업, 결혼, 근로 등을 포함하면 5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슬림은 엄연히 우리 사회와 종교를 구성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개신교 목사 김동문씨는 "우리 사회의 이슬람 혐오는 이슬람 또는 이슬람교, 무슬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맹목적 거부와 배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무슬림의 정체성은 대체로 개인에 의해 규정되기보다는 공동체와 사회, 집단에 의해 부여된다.1) 경북대 사회학과 무슬림 유학생 데스빈따 아유 이리아니의 논문에 따르면 이슬람교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도모에 가깝다.
그는 논문에서 "낯선 한국 땅에서 그들(무슬림)은 같은 언어권의 사람들, 비슷한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그에 의지함으로써, 배타적인 사회에서의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한다"고 말했다.2) 익숙하지 않은 외모와 특정한 종교를 이유로 배제되는 이들은 타국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종교적 공동체를 찾아 나선다. 무슬림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대현동 이슬람 사원에서 보듯 무슬림에 대한 반발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무슬림과 함께 살지만 공사 중단은 반복됐다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 역시 전례가 있다. 2010년 7월 인천 남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은 (사)알후다이스라믹센터는 3년 뒤 2층만 종교시설로 사용하려던 원래의 계획을 변경하여 3층을 추가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변경 허가 신청을 했다. 남구청은 법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을 무시하고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은 "남구청이 위법사항이 없는 설계변경 허가신청에 대해 합당한 보완 요구 절차도 밟지 않고 건축허가 취소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남구청의 처분이 오히려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정부는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양자택일 외에 절충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부는 더 많은 혜택을 주거나 더 적은 손실을 주는 대안을 선택했다. 그 귀결은 행정 공정성에 어긋나는 건축 허가 취소 처분이었다.3)
북구청이 나서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사원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건축 허가가 났기 때문에 이는 강제로 철거할 수도 없고, 철거해서도 안 된다. 주민들의 민원은 법적 정당성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대구시와 북구청이 계획 없이 나설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양자택일을 넘어 절충점을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선택지가 지자체에 전무하다는 점이다. 사원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앞선 인천 남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 무슬림, 시민단체 모두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실은 소극적인 자리 마련에 그쳤다. 북구청은 주민들 간 합의를 도출하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당사자들의 중재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 주택과에 따르면 첫 간담회 이후 2주가 지났지만 다음 계획이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북구청의 태도는 여전히 중재보다는 중립에 가깝다.
▲ 지난 8일 오후 5시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132호에서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에 대한 특별 토론회가 열렸다.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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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대구참여연대, 인권운동연대에서 공동 주최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과 지역사회 문화다양성' 특별 토론회에서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해결의 내용과 실체가 복잡하다. 사원이 건립돼도 주민들이 계속 불편해 하고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면 완전한 해결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내용과 반발하는 이유가 복잡한 상황에서 그는 "당장의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결국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구청이 사안을 분쟁이 아닌 갈등으로 봐야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 '갈등'은 장기적이고 뿌리가 깊어서 그 해결이 쉽지 않은 대립적 관계인 반면 '분쟁'은 그 갈등이 표출된 단기적 사건(event)으로서 해결이 가능한 현안으로 구분된다.4) 대현동 주민들과 무슬림 유학생들 사이의 갈등은 10여 년 전 인천 남구의 이슬람 사원 중단에서 재현됐다. 소음과 악취가 이슬람화 우려의 정당성으로 작동하는 차별의 구조 역시 사원 설립 중단 위에서 공고하게 유지됐다.
사원 건립이 중단된 현재의 진공 상태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대구참여연대는 구청의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인권과 문화적 다양성, 행정 공정성에 어긋나는 행정 편의주의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주사회학을 전공한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당장 북구청에 화살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자체가 다문화 민감성을 가지고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주민들이 강경한 마음을 풀고 대화에 나올 때 이 협상을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단기적 해법 대신 장기적인 프로젝트와 전문 인력을 통해 양자택일이라는 납작함을 극복할 수 있다.
장기적인 과제로 다문화종교교육을 들 수 있다. 이는 다문화교육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종교와문화연구> 제29호에 따르면 "한국사회가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신장시키고 있다는 점,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에 기초한 종교의 자유, 소수자의 인권 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문화종교교육은 타종교에 대한 맹목적 혐오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일환이다. 2018년 12월 31일 공포된 '대구광역시교육청 다문화교육 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다문화교육 특별학급,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설치·운영을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 인권이나 종교, 차별에 관한 구체적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박종수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다문화종교교육은 유럽과 북미의 다문화사회가 먼저 겪었던 종교 갈등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다문화교육의 '일방주의'와 '동화주의'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사무처장은 "이슬람 사원 문제를 넘어 대현동의 마을 문화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의 공공 프로젝트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다문화 거리 조성을 제안했다. 그는 다문화 거리가 "사원을 유지하며 상권을 활성화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프로젝트"이며 "거기에 구청 예산을 사용하는 방안에 합의가 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현재 주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사원을 제3의 부지로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다문화 거리 조성은 사원 건축 비용을 보전하고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북구청에 굵직한 숙제를 안겼다. 북구청이 세계와 함께한다는 슬로건 '컬러풀(Colorful) 대구'를 계승해 갈등을 봉합하고 다문화적 가치를 강조할지, 아니면 인천 남구가 무마한 갈등의 전례를 따라가는 '흑백(Black-White) 대구'라는 매너리즘에 빠질지는 북구청의 세심한 정치력에 달렸다. 북구청은 주민들과 무슬림 학생들에게 갈등 해결의 책무를 미루지 않고 적극적인 중재자로 변모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갈무리했다. "이 자리에 모인 경북대 구성원들, 산격동·대현동 주민들, 대구 시민들이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변화를 촉구하고 반성을 놓지 않는 일은 우리 시민사회의 숙제이기도 하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5명은 압둘이에킨(Abdulyekeen, 전자전기공학과 박사과정), 파라즈 아지즈(Faraz Aziz,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세히라 이삭(Shehryar Ishaque,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임티아즈 마흐무드(Imtiaz Mahmud, 전기전자공학과 박사 후 과정), 아사드 울라(Asad Ullah, 기계공학과 박사 후 과정)다. 인터뷰는 5명을 대표한 아사드 씨와 영어로 진행됐으며 한국어로 번역 및 정리한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상섭. (2017). 다문화 공공갈등의 전개와 지방정부 대응: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를 둘러싼 갈등 사례연구. 「지방정부연구」 제21권 제3호(2017 가을): 289-312
2) 데스빈따 아유 이리아니. (2020). 대구에서 인도네시아인 되기: 민족경관 형성과 민족 내 관계성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사회학석사학위논문. 85
3) 박종수. (2017). 한국사회의 이슬람혐오 현상과 쟁점 ― 상호문화주의를 중심으로. 종교문화연구 제 29호 (2017. 12). 66-67
4) 박태순. (2010). 「갈등해결 길라잡이」. 서울: 해피스토리. 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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