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왜 뽑냐" "일베냐"..2030 엇갈린 표심, 연인도 새벽까지 싸움
서울의 여대생 유모(23)씨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대학생 남자친구와 크게 다퉜다. 지난 주말 만나 선거 관련 대화를 나누다가 새벽까지 말다툼이 이어졌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2030 세대 안에서 엇갈린 남녀 표심이 일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갈등으로 나타난다는 게 당사자들의 증언이다. 연인 간 다툼도 그런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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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전체 욕해…못 참아"
유씨는 “남자친구가 20대 여성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건데 20대 여성 전체를 매도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다투고 13일에 만나 화해를 하긴 했지만, 아직 꺼림칙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A씨(33)는 지난 10일 200일 넘게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대화 도중 언성을 높였다. 또래인 여자친구가 “2030 남성의 대다수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남자는 다 ‘일베’(일간베스트·극우커뮤니티) 아니냐”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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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vs 40.9%'…"이해 못한다" 다툼
A씨가 “성추행으로 하게 된 보궐선거인데 민주당 후보를 뽑은 20대 여성은 뭐냐”고 화를 내면서 싸움으로 번졌다고 한다. A씨는 “민주당 견제라는 나름의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었다”며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다툰 게 아니고 또래 남성들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4·7 보궐선거 직후 나온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택했고 20대 여성의 지지는 40.9%에 머물렀다. 20대 여성의 44%는 박영선 후보를 뽑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에서는 오 시장을 뽑았다는 답변이 남성 63.8%, 여성 50.6%였다. 같은 세대 내에서 남녀의 표심이 10% 이상 차이가 난 것은 20대와 30대뿐이다. 40·50·60대 이상은 오 시장을 뽑았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6%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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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갈등 정치권이 부추겨”
4·7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의 내재된 남녀 갈등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 20대 남성의 오 시장 지지가 여성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런 해석을 쏟아낼 때 과거의 여성이라면 입을 다물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2030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세대라 남자친구에 맞서 집단을 변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연구원의 조사에서 20대는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남녀갈등을 꼽았다. 그 원인으로는 편가르기 정치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신 교수는 “젊은 세대의 남녀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책임이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15.1%가 박 후보나 오 시장이 아닌 기타 후보를 뽑았다는 점에 주목해야지 갈등을 더 심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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