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km서 10km만 낮춰도..충돌때 중상 가능성 20%P '뚝'[뉴스원샷]

강갑생 2021. 4. 17.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안전속도 5030]
시속 60km로 인체 모형과 충돌한 뒤 크게 파손된 차량 앞 유리창.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5030'.
오늘(17일)부터 전국의 도시부 지역 일반도로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제한속도가 시속 60㎞에서 50㎞로 낮춰집니다. 또 주택가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최고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되는데요. 정부에선 이를 '안전속도 5030'이라고 부릅니다.

이 정책을 전면 도입하는 건 무엇보다 보행자 보호를 위해서인데요.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인데요.


교통사고 사망자 열 중 넷은 보행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통계를 따져보면 무려 38.6%나 됩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보행자라는 의미인데요.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5%보다 거의 2배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이처럼 보행자 비율이 높은 이유로 지적된 것 중 하나가 도심부의 제한속도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OECD 가입국 중 상당수는 도심부의 제한속도가 시속 50㎞ 이하입니다. 우리처럼 시속 60㎞를 유지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칠레, 콜롬비아 정도였는데요.

경찰청의 김한철 교통운영과장은 "제한 속도를 시속 50㎞로 낮춘 건 1970년대 유럽의 교통 선진국에서 시작했으며, OECD와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속도 하향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고 소개합니다.


부산, 속도 낮춘 뒤 사망자 34% 줄어
그런데 정말 제한속도를 낮추면 보행자 안전이 나아질까요. 국내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2019년 11월 '안전속도 5030'을 전면 도입한 부산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행 뒤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33.8%나 줄었다고 합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자 수도 12% 감소했는데요.


속도가 느려지면 충돌 사고 때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각각 시속 60㎞와 50㎞, 30㎞로 주행 중인 차량이 보행차와 부딪혔을 때 가해지는 충격을 비교 실험한 적이 있는데요.

시속 60㎞로 달리는 차량에 부딪힌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은 무려 92.6%나 됐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중상을 입을 거란 의미인데요. 이보다 10㎞를 낮춘 시속 50㎞일 때는 중상 확률이 72.7%로 20%p가량 뚝 떨어집니다.


시속 30㎞ 충돌 때 중상 확률 15%
시속 30㎞ 땐 이 확률이 15.4%까지 줄어드는데요. 어린이나 노인이 많이 통행하는 주택가와 스쿨존 등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낮춘 것도 이러한 실험결과를 반영한 겁니다.

지난해 11월 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 모자가 참변을 당한 곳에 추모의 꽃이 놓여 있다.[중앙일보]


이 같은 부산 사례와 실험 결과 등을 보면 속도를 낮출 경우 보행자 보호 효과는 분명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제한속도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차량 소통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불편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시속 60㎞와 시속 50㎞로 나눠서 동일 구간을 주행했을 때 소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 부산에서 제한속도 하향 이후 무인과속단속카메라에 적발된 차량 수도 별로 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는 평소에도 시내 도로가 막히는 탓에 시속 50㎞ 이상으로 달리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심야시간 적용 등 보완책 고민해야"
특히 보행자가 거의 없고, 차량도 많지 않은 심야 시간에도 예외 없이 제한속도 50㎞를 적용할지도 논란이 될 듯합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원활한 차량 소통과 빠른 이동은 도시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라며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결국 안전속도 5030을 전면 시행하면서 그 효과와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그에 맞는 보완책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행자 안전과 도시 경쟁력 모두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아젠다이니까 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