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건설 권회장의 압구정 80억 아파트 '매매신공'
결손금 많은 계열사 명의라 법인세 감면
법인세 감면노린 '부실 몰아주기'의혹도
"의심 많이 가는 거래" 서울시 조사 예정
반도건설이 계열사 명의로 사들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매매를 통해 국내 아파트 매매거래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을 실현하면서 양도 차익 관련 세금은 일반 거래의 절반가량밖에 내지 않아도 되는 ‘신공’을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무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계열사인 케이피디개발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6동의 공급면적 264.87㎡(80평) 아파트를 이달 5일 압구정동 아파트 매매거래 사상 최고가인 80억원에 팔았다. 이 아파트와 같은 동 같은 층 옆옆집은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자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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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 심할 때 30억원에 경매로 매입
케이피디개발은 2013년 5월 경매 시장에서 이 아파트를 33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당시는 아파트 하락세가 두드러져 '깡통전세(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아져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36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던 때다. 강남에서도 제일 인기 많은 아파트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일반 매매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경매시장에까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매매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입자금은 2013년 반도건설이 케이피디개발에 빌려줬다. 케이피디개발의 자본금은 3억원이고 2013년 당시 적자를 내고 있어 30억 아파트를 경매로 사들일 자금 여력은 없었다.
케이피디개발은 비업무용부동산인 이 아파트를 최근까지 반전세(보증금 5억원,월세 500만원)로 세 놓다가 이번에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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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 49억원이지만 14억가량 세금 감면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케이피디개발의 양도소득은 약 49억원인데, 만약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개인명의로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양도소득세는 약 29억원(1가구 2주택자 양도세율 55% 적용, 지방세 포함)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법인 명의로 돼 있고, 마침 케이피디개발은 거액의 결손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도 관련 세금은 15억원가량으로 대폭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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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열사만 누적 결손금 28억원
법인이 보유한 주택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일반 법인세 20%와 주택양도에 대한 법인세 20%를 내게 돼 있는데 케이피디개발의 경우 누적 결손금이 28억원가량이나 된다. 일반 법인세는 결손금을 차감한 금액이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에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 세무·회계전문가들은 반도건설이 케이피디개발에 '결손금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유보라'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반도건설은 이 아파트를 취득할 당시인 2013년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가 6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14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7년간 초고속 성장을 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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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4개 계열사 순자산 1700억
2019년의 경우 7951억원의 매출액에 9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 등재된 5개의 계열사 중케이피디개발만 결손금이 28억원(자본잠식 감안)이고 나머지 4개 계열사의 순자산은 1753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모 중견기업의 회계담당자는 "최고경영자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인건비 등의 비용을 특정 계열사에 몰아넣을 수 있다"며 "특정 계열사에 거액의 결손금이 누적됐다는 건 반도건설과 계열사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제기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케이피디개발의 지분은 100% 반도건설 소유이고 반도건설은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과 그의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개인회사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하다 보면 적자를 내는 계열사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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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기들끼리 가격 올린 건 아닌지" 의심
서울시는 케이피디개발로부터 이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이 반도건설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이 아파트 매수자는 같은 현대아파트 24동이 주소지였던 70년대생 2명인데, 아파트 매수대금에서 일부를 남긴 채 명의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수자 측이 마련하지 못한 돈 19억5000만원은 근저당 설정을 했다"며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근저당 설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아닌지, 자기들끼리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 거래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16일 밤에 밝혔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절대 회사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남구에서 15년간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아파트 매매를 두고 “기막힌 매수, 매도 타이밍과 부실 계열사를 동원한 기상천외한 절세 기법 등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단수로 전설적인 수익을 챙긴 사례”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최소 십여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를 대거 확보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이른바 '벌떼 입찰'로 필지당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퍼 로또'부지를 싹쓸이 한 5대 중견 건설사 중 하나다.
또한 이 회사는 계열사 명의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있는 한진칼 주식(지분율 17.5%)을 사들여 15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도 얻고 있다. 계열사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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