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에 넣고 칼·가위로 학대..133개 상처 난 몸으로 떠난 5살
2018년 1월 6일. 홍콩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5살 소녀 한명이 실려 왔다. 아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직접적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부검 결과 아이 몸에서 133개의 상처와 궤양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 발견됐다. 8살짜리 오빠도 상처투성이로 발견됐다. 홍콩 최악의 아동학대로 불리는 ‘천 루이린 사건’은 이렇게 세상 밖에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년 전 홍콩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 루이린 사건’이 2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이린의 친아빠 천 하이핑(29)과 계모 황 샤오퉁(30)은 2017년 8월부터 약 5개월간 루이린 남매를 상습적으로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이 부부는 두 남매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리고, 장시간 벽을 보고 있게 하거나 침낭에 넣어 묶어 두는 등의 학대를 가했다. 경찰이 집에서 압수한 회초리, 슬리퍼, 칼, 가위 등 곳곳에서 아이들의 혈흔이 발견됐다.
평소 아이들을 굶긴 정황도 드러났다. 루이린의 오빠는 경찰 조사에서 “나흘 동안 굶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아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 부모에게 ‘거지처럼’ 구걸을 해야 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루이린 사망 전날 밤에도 구타에 시달렸다. 루이린의 오빠에 따르면 하이핑은 루이린을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그리고 세게 내 던졌다. 또 구타로 생긴 멍과 부기를 빼야 한다며 힘없이 누워있는 루이린을 일으켜 밤새 집 안을 걷게 했다고 한다. 부부는 그런 루이린 옆에서 컴퓨터 게임을 했다.
병원을 찾지도 않았다. 하이핑은 “아내가 간호 과정을 습득했기 때문에 병원에도 갈 필요가 없이 집에서 치료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의 학대 사실이 알려질까 봐 구타 다음 날에는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남매를 학대의 덫에서 구할 기회는 있었다.
루이린 오빠는 학교 선생님에게 “아빠에게 맞아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가정 교육 차원으로 받아들였을 뿐 더 캐묻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또 아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온 친할머니에게도 학교 측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공개한 부부의 문자 메시지에선 학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죽일 정도로 (때렸다)”고 하자, 남편은 “그렇게 해라. 루이린이 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부부는 아이를 때렸다는 건 인정하지만, 훈육 차원이었다고 강변했다. 샤오퉁은 하이핑과의 재혼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루이린을 내 자식처럼 대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이핑도 “아이를 때린 건 인정하지만, 상당수 상처는 아이가 자해한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루이린 부검의는 “30년간 의사 생활하며 본 최악의 아동학대 사건”이라며 “루이린이 겪은 5개월은 지옥이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루이린이 생전에 그린 그림에서도 아이가 느낀 고통이 드러나 있었다. 집 바닥과 벽이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불안감을 표현하며 도움을 호소했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홍콩 법원은 1심에서 부부의 아동학대 및 살해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루이린 가족과 함께 살던 외할머니(56)도 학대를 묵인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부부와 외할머니는 항소했고, 오는 20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편 지난 15일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서 검찰은 양 엄마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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