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을 위한 쇼핑"..이유있는 낯섦, 월경상점[人턴]

김아현,이주연 2021. 4.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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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상점 내 진열된 상품을 모아 만든 그래픽. 김아현 인턴기자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낯익은 두 글자 ‘월경’. 그런데 ‘월경상점’이란 이름은 낯설었다. 월경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지만, 월경상점이란 이름이 풍기는 낯섦과 호기심이 발걸음을 이끌었다.

세련(細漣). 자잘하게 이는 물결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세련됐다. 직접 보고 만지면서 월경용품을 고를 수 있고, 상점 수익금 일부는 ‘포인트’ 형식으로 기부된다. 이 포인트는 저소득층 여성이 마음에 드는 월경 용품을 직접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적립금이 된다. 자잘하게 이는 물결처럼 월경상점은 월경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월경상점은 지난 1월 8일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월경상점은 이지앤모어가 운영하는 월경 전문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월경상점을 찾았다.

“당신의 월경은 어땠나요”
월경상점 입구. 김민지 에디터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월경상점 입구에 들어서자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문장 하나가 적혀있었다.

“당신의 월경은 어땠나요”

주변을 둘러보니 월경혈을 받아내는 월경컵, 생리대 역할을 하는 월경팬티 등이 보인다. 또 면 생리대, 온열 패치, 월경 전후 챙기면 좋은 영양제 등 월경과 관련된 모든 용품이 모여 있다.

월경상점을 둘러보는 손님들 모습. 김아현 인턴기자


“일단 편하게 둘러보세요.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가게에서 점원의 시선을 의식해 내부를 둘러보기 불편했던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다. 이곳 에디터는 설명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멀리 떨어져 있다. 덕분에 고객은 상점 내부를 자유롭게 둘러보고 여러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월경컵을 모아보자"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월경컵 전시존. 월경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모으기 시작해 60여개 월경컵이 전시돼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상점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월경컵 전시 구역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부터 아직 국내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제품까지 다양한 월경컵이 빨간 벽면을 채우고 있다.

월경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제품으로 대안 월경용품 중 하나다. 월경컵은 찢어지거나 오염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월경컵 국내 판매는 2018년 12월 정식으로 허가됐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널리 대중화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월경상점의 벽면에는 "DO TOUCH"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손님들은 모든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옆 벽면에는 “DO TOUCH”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대안 월경용품은 오래 사용하고 몸 안에 삽입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직접 만져보며 재질을 파악하라는 의미다.

정보의 부족이 그동안 대안 월경용품에 접근하는 데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월경상점을 둘러 보다 보면 막연히 생각하던 월경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재질로 되어 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저희는 입점할 때 기업 가치, 기업 브랜드 등도 생각해요. ‘피아’같은 경우에는 여성 창업자가 만든 생리대 제품이고 ‘산들산들’은 기부 생리대 브랜드입니다. 모든 제품은 전 팀원이 직접 테스트한 후 결정하기 때문에 입점 시기까지 한참 걸려요. 왜냐면 다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각자의 월경 주기가 있으니까요”

다양한 월경용품이 진열돼 있는 월경상점 내부 모습. 김아현 인턴기자


월경상점에 들어온 상품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이는 월경용품 구매 시 소비자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한 노력의 결과다. 매장에서 실제로 제품을 써본 매니저에게 추천을 받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다.

“월경은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상을 만들지만, 건강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일상에 가장 맞닿아 있는 월경. 월경상점 에디터는 월경을 단순히 현상이라고 여기는 것을 넘어 ‘건강권’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법이 없는 곳, 월경상점" [김민지 에디터 인터뷰]
월경용품을 설명하는 김민지 월경에디터 모습. 김아현 인턴기자

과거 월경은 ‘마법’ 과 ‘그날’이라는 단어로 통했다. 생리대 광고에서조차 생리대에 흡수되는 피의 색깔은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다. 시간이 흘러 세상은 변했고 ‘월경’을 바라보는 인식도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상 속에서 월경 경험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건강을 지킬 방법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월경상점은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건강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편안한 ‘장소’가 된다. 지난 6일 월경상점에서 김민지 에디터를 인터뷰했다.

-한국에 일회용 생리대가 출시된 건 1970년대 들어와서다. 그 전까지 대부분 천 생리대를 직접 빨아 썼고, 일회용 생리대는 부유한 여성들만의 용품이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너무 흔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다수)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누구나 일회용 생리대부터 다회용 월경용품까지 다양한 용품 중 선택권을 갖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월경상점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나

“무엇보다 월경용품에 대한 다양한 선택권이다. 또 (여성들이) 월경을 하는 일주일뿐만 아니라 다른 주기에도 관심을 갖고 자기의 몸을 들여다 봤으면 한다. 월경으로 짜증이 날 때 ‘내 몸이 이상하구나’ 하고 넘겨버리는 게 아니라 ‘이번 주기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네?’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자기 몸의 건강 사이클을 관리하고 추적하면서 일상 속에서 월경을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드리고 싶다.”

월경상점 내부 모습. 월경용품부터 월경 전후 증후군에 도움 되는 차와 영양제까지 다양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이곳에서는 ‘마법’ ‘그날’과 같은 단어를 안 쓰나

“‘월경은 그렇게까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다’는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많이 나오면 좋겠다. 굳이 생리대를 휘날리면서 다닐 필요는 없지만, 눈치 보면서 ‘까만 봉지에 넣어줄까요?’ 이럴 필요도 없지 않나. 짧은 거리 정도는 (손에 든 채) 그냥 갈 수도 있고 하얀 봉투에 담아도 괜찮다. 금기시되거나 숨기기보다 편히 이야기를 꺼내는 환경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월경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

“흔히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벽(자궁점막)이 내려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 생리라고 성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임신·출산과 관련 없는 월경 얘기도 많이 하고 싶다. 월경은 한 달에 한 번 여성의 건강지표로서 큰 역할을 하는 호르몬과 관련된 현상이다. 임신이나 출산을 떠나 내 몸 자체에 주목해서 월경 현상을 많이 이야기해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것 같다.”

월경상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실시간 기부 내역과 기부 포인트 사용 내역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월경상점 이지앤모어 홈페이지 캡처


-특별한 방법으로 월경용품 기부가 이뤄진다고

“(온·오프라인) 월경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일부가 기부된다. 복지재단과 연계해 월경용품을 사기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월경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기부라고 해서) 하나의 생리대를 정해두고 가져가도록 하는 게 아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전용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부 포인트를 이용해 각자 본인이 원하는 월경용품을 직접 선택해 구매하도록 돕고 있다.”

[人턴]은 스쳐지나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낯선 현장’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돌아볼 때 일상은 다르게 보이고, 때론 이 낯섦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국민일보 기자(人)들이 시선을 돌려(turn) 익숙하지만 낯선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아현 인턴기자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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