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경기시나위·일렉트로니카.. 동서양의 '따로 또같이' 협연

2021. 4. 1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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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지난 9~10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시나위 일렉트로니카’의 한 장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경기도립국악단에서 이름을 바꾼 뒤 실험적인 공연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시나위 일렉트로니카’는 국악과 전자음악의 만남을 시도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6년 11월 중앙일간지 문화란에 국악과 서양음악의 만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른바 ‘동·서 협연 무대’라는 주제로 “두 이질적인 음악의 교류가 최근 활발히 이루어져 신선한 자극을 던져준다”는 설명과 함께 징 꽹과리 장구 북 같은 전통 타악기와 아쟁 가야금 등의 현악기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의 서양악기와 협연을 갖는 음악계의 당시 동향을 다뤘다. 공연을 앞둔 아쟁(백인영)과 피아노(임동창)의 협연을 예고하는 소개도 잊지 않았다.

우리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만남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고 장르도 궁중음악 사물놀이를 아우르고 클래식 재즈에 걸쳐 교차점도 다양했다. 이러한 혼종의 예술을 추구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숙명과도 같은 도전이다. 흑우 김대환(1933~2004)은 평생 록과 헤비메탈, 국악과 재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고 재즈 보컬리니스트 나윤선은 2015년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아 국악과 재즈의 만남을 기획했다.

얼마 전 경기도국악당의 고유 브랜드 명인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 원일)가 전자음악(일렉트로니카)가들과 협연하는 프로그램 ‘시나위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였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국내 최정예 전통음악가들로 구성된 단체로 동시대 대중음악의 주류 중 하나이자 그 자체 실험적 요소를 포괄하는 일렉트로니카 장르와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DJ 겸 타악뮤지션 아킴보(Akimbo), 프로젝트 그룹 무토(MUTO), 미디어아트 창작그룹 코리아(COR3A), 전자음악가 하임(Haihm),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여노(YeoNo) 등이다.

국악과 전자음악 두 장르는 각각의 팬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합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DJ부스에서 컴퓨터로 소리를 생성하고 제어하고 재생하는 뮤지션 겸 프로듀서 DJ가 우리의 전통 국악인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세련된 조명과 음향 장비 아래에서 합을 맞추는 시도는 특별했다. 신디사이저 시퀀서 드럼머신으로 대표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국악기들의 장단과 화성이 얽혀지면서 마치 삼베 베틀에서 사계절을 직조하는 소리가 났다. 여기에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준비한 영상과 레이저 조명까지 더해지며 오감을 즐겁게 하는 순간들도 펼쳐지곤 했다.

25년 전 아쟁과 피아노가 협연하는 것이 뉴스가 되고 가야금으로 찬송가를 연주하기만 해도 동·서양 콜라보라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사반세기가 지난 후 동·서양의 만남은 의외로 깔끔했다. 국악이 자연 속 폭포가 보이는 드넓은 평원 위의 산들바람 같은 장르라면 일렉트로니카는 도심 속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 같은 느낌인데 두 가지를 합쳐놓은 이번 무대는 얼마 전 개장한 최신 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실내 녹색공원 같다. 각자의 음색과 스타일이 워낙 다른 탓에 장르를 무리하게 혼합하려 하지 않고 별개로 공존했다.

일렉트로니카는 최근 30년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분화를 거듭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다. 과거 실험적 일렉트로니카였던 음악이 지금은 K-POP을 비롯한 대중음악 장르의 첨병에 서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 장르를 이끄는 주요 DJ들이 메이저 대중음악 산업에 편입되면서 상업화도 매섭다.

하지만 일렉트로니카는 여전히 실험적이고 마이너한 요소가 많다. 일렉트로니카 장르는 주로 드럼 비트의 속도 BPM에 따라 분화가 진행되기에 국악과 같은 외부 사운드와 어떤 비트 매칭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다. 물리적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기라서 그런지 이러한 동서양의 만남이 한층 새롭게 느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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