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만능열쇠 된 '수학'.. 선행 사교육 부채질 우려

이도경 2021. 4. 17. 04: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문·이과 통합 수능 원년


올해는 문·이과 통합형 대학 입시의 원년이다. 문과와 이과가 수학 영역에서 경쟁한다. 교육부는 조정 점수를 통해 문과와 이과 수험생의 유불리 문제를 보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과생들이 손해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과 리그’와 ‘이과 리그’가 구분돼 운영되다 합해졌으니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실력도 좋은 이과 수험생에게 유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과생 불리’는 리그 통합이 결정된 순간 이미 정해진 일이다.

대입 제도의 변화는 초·중등교육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문·이과 통합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한동안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건 중학생 혹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선행 사교육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더욱 중요해진 수학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들은 대학 가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문과생과 이과생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종로학원하늘교육에서 올해 고3 대상 교육청 학력평가 응시자 1만1326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수학 경쟁력 차이는 확연했다. 수학 공통과목 총점 74점 중 문과생(확률과 통계 선택)은 평균 33.6점이었다. 이과생은 미적분 선택 인원이 48.6점, 기하 선택 인원이 44.2점으로 나타났다.

수능 수학의 최종 점수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산출식에 근거해 조정 점수를 부여해 산출된다.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가 개별 점수로 산출되지 않고 모든 학생을 단일 점수 체계로 줄 세우는 방식이다. 이런 산출 방식에 따라 종로학원이 등급을 추정해보니 수학 1등급의 85.1%, 2등급의 78.9%는 이과생들이 차지했다(표 참조).

문과와 이과가 구분돼 있을 때는 문과도 상위 4%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합되면서 문과생들이 압도적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교육청 주관 3월 학력평가는 시험 범위가 수능 시험보다 적고 시간이 갈수록 문과생들이 격차를 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문과생들이 상위 등급에서 대거 밀려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문과생들의 최대 걱정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일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을 도입하거나 늘렸다. 이들 전형은 수능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통상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수능 최저기준을 도입한 곳이 여럿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 수가 줄어 수능 최저기준 충족이 더 어려워졌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수능 최저기준만 충족하면 수시 경쟁률 하락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문과생 입장에선 수능 등급을 사수하는 일이 대입 성공의 대단히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고교 내신 사교육 어쩌나


수능 수학에서만 문·이과가 경쟁하는 건 아니다. 수능 수학은 조정 점수로 격차를 일정 부분 보정해준다. 하지만 고교 내신은 ‘진검 승부’다. 과거 내신체제에선 수학과목에서 문과와 이과가 각각 따로 시험보고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았다. 문·이과 통합 후에는 통상 2학년 때 수학Ⅰ, 수학Ⅱ, 3학년 때 확률과 통계에서 문·이과가 경쟁하게 된 상황이다. 선택과목에서도 미적분 과목에서는 선택과목 조합에서 문·이과 학생들이 섞일 수 있다. 문과생들이 내신에서 적지 않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점은 고교 선택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과 성향의 수험생이 많은 고교의 경우 수학 내신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문과 성향의 학생이 많이 분포한 고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학 내신을 받기 수월할 수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불투명한 점과 맞물려 수험생 입장에선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교 내신부터 수능까지 수학은 대입의 ‘만능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는 대다수 서울권 주요 대학의 이공계 학과들과 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학대 진학의 필수 조건이다(소수지만 확률과 통계를 허용하는 의대 등이 있긴 하다). 이과생이 인문·사회계열로 교차 지원할 때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학 성적은 상당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과생은 문·이과를 넘나들며 대학을 고를 수 있다. 문과 학생들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문·이과 통합에 따라 수학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제도 도입 초기의 특성상 얼마나 중요해질지 예측 가능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고교 내신은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1학년은 상대평가, 2·3학년은 절대평가로 내신 산출 방식이 이원화되는 점도 고교 내신 사교육 혹은 중학생의 고교 과정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에서 공통과목을 못 보면 큰 낭패를 본다는 점, 고교 내신 성적이 더 치열해졌다는 점 등으로 ‘고교 올라가기 전에 고교 과정을 끝내자’는 선행학습 수요는 더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