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은 쇄신·통합이지만 당은 그래도 친문..文의 임기 마무리 구상

강태화 2021. 4. 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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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정부와 쇄신형 청와대, 그리고 강성 친문(親文) 성향의 여당 지도부.

친문 일색이던 당ㆍ정ㆍ청의 색깔이 16일 하루만에 재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 같은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의 결과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16일 오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원샷’으로 진행된 여권 전체의 진용 변화에는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구상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번 개각의 핵심이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최초의 영남(경북 상주) 출신 총리다. 그는 국회의원 4선 경력에 가운데 20대 총선에선 대구에서 당선됐다. 전임 이낙연(전남)ㆍ정세균(전북) 총리가 호남이었다는 점에서 지역 안배 차원의 통합형 인사라는 뜻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16일 오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소감을 밝힌 뒤 직접 운전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는 통합형 정치인으로 지역주의 극복과 사회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를 제외한 5명 신임 장관은 모두 관료나 전문가 출신이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낙점됐다. 고용노동부는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국토교통부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해양수산부는 박준영 현 차관이 각각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후임자의 청문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될 다른 장관들과 달리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즉각 사임시키고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LH사태에 따른 반발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실장은 이에 대해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쇄신’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핵심은 이철희 신임 정무수석이다. 문 대통령은 ‘복심’으로 불리던 최재성 전임 정무수석을 8개월만에 경질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불출마했던 이 수석을 임명했다. 이 수석은 대표적 ‘비문’ 인사다.

이날 밝힌 이 수석의 일성은 “아닌 것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였다. 그러면서 “조금 다른 생각, 여러 옵션을 대통령께 전달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변인도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경미 현 교육비서관으로 교체했다.

이철희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무수석은 수석비서관 중 선임으로, 청와대 기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직이다. 대변인은 이러한 전략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이 정무와 홍보라인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청와대 전체의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신임 사회수석에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임명하고,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했다. 이는 코로나 방역과 백신 수급 관련 논란을 의식한 인사로 풀이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한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동안 매번 정파적 논란에 휩쓸리면서 좌초됐던 정책의 성과를 이제라도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윤호중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표된 갤럽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로 취임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도 62%로 취임후 최고치였다. 정치권에선 재·보선 참패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커다란 국정 목표를 추가하기란 어렵다.

결국 이번 인선은 과거와 같은 돌파형 포진이 아니라 남은 임기 동안 큰 ‘실점’없이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는데 초점을 맞춘 수비형 포진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수용한 측면과 함께,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한 야당 달래기의 성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영민 실장은 인사 브리핑에서 “역점 과제의 마무리를 위한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개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통과 통합 등의 표현도 여러차례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은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속도 조절,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며 “검찰 개혁, 언론 개혁,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 까지 민주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에는 2007년의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집권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선 아파트값 급등 문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의원들의 동요가 극심해졌다. 결국 유력 차기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주도로 집단 탈당사태가 벌어졌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말까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날 윤호중 의원이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원내대표가 된 것은 2007년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친문 진영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친문 원내대표가 당선된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날 개각 인사 발표를 함께 한 것은 쇄신과 통합을 내세운 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당에 대한 장악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레임덕 방지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친문이 계속 민주당을 장악하는 상황은 불안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국회에서 여야 충돌이 계속 벌어지면 청와대의 통합·쇄신 구상은 물건너 가기 때문이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나 이철희 정무수석은 민주당내 강성 친문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르기 때문에 여권 내부의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앞으로 점점 더 민주당은 차기 대선주자 중심으로 재편이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계속 구심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민주당은 이제부터 문 대통령이 아닌 새로운 대선 주자를 만들기 위한 입법 등으로 청와대와 노선을 달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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