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고용불안, 산재 다발'.. 여수산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통
[이재준 기자]
▲ 지난 15일 오후 2시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업종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토론회’가 개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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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손정순 박사는 '석유화학 업종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남우근 연구위원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사례 분석과 향후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손정순 박사는 "여수산단 석유화학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용불안, 산재 다발 등 전형적인 제조업 비정규직의 고용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총평하고, 다음과 같이 발표를 했다.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 가장 큰 과제라 하면서도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안정과 현격한 임금인상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때문에 노조가 장기 과제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고용유지는 당장의 과제"라며 "대부분 노조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청업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는 물러설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런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사업 이전에 따른 고용승계 조항을 포함시키는 입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은 유럽공동체의 1977년 입법지침에 따라 1981년 사업이전(고용보호) 명령을 마련했고, 2006년 개정을 통해 아웃소싱의 여러 가지 형태를 모두 '사업이전'으로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이는 즉 "근로관계의 자동적 승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라 했다.
손정순 박사는 설문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며 "현장에서 노동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다는 얘기"라 지적했다. 불이익의 주된 내용은 ▲부당한 업무지시 ▲부당한 업무배치 ▲일방적인 노동조건 변경 ▲폭언과 폭행이었다며, "이러한 불이익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간 산업재해 유경험자는 응답자의 16%이고, 산재 경험자 중 산재처리는 5.4%에 불과했다.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는 주로 원청으로부터의 불이익(30%)이나 소속업체로부터의 불이익(24%)였으며, 두 사람은 이를 "산재 은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남우근 연구위원은 "도급계약 해지를 통한 집단 해고, 산업재해 은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서 현장에서 대응하는 것과 함께 행정력을 동원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내하청 노동실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9년 9월에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이 개정되어서 '수시감독', '특별감독'에 대한 내용이 보강되었다며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거제시가 조선업종의 고용문제를 주요한 자기과제로 삼고 있듯이, 여수시는 당연하게도 여수산단의 노동문제를 주요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여수산단 노동문제에 대한 여수시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남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에게도 일상적인 대응과 더불어 노정교섭을 통한 여수시 견인을 주문했다. 두 사람은 "당장 노동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촉구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인권 기본계획의 중심내용은 여수산업단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와 더불어 여수시비정규직노동센터 등 노동단체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가 사업장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하는 등 역할을 주문했다. 고용과 임금뿐 아니라 노동인권 존중 캠페인, 산재 은폐 근절 캠페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캠페인 등도 제안했다.
석유화학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용불안, 산재 다발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제조업 비정규직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9%가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노조 통해서 해결 40%, 참고 넘어간다는 인원이 30%에 달해 노동조합 조직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지난 15일 오후 2시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업종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토론회’가 개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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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비정규직 현실 사례발표 및 토론 이어져
두 사람의 발표에 이어 사내하청노조가 준비한 사례, 현직 시의원과 원청 노조 대표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구성길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장은 남해화학에서 저질러진 최저입찰제에 따른 폐해와 그 구체적 사례 및 남해화학 원청의 개입, 민주노조 탄압, 인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실태, 노동복지에 대해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은 기본급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모두 포함해서 임금이 300만 원 내외"라 했다.
서이철 LG화학사내하청지회장은 원청이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할 때 비용을 깎고 책임까지 하청에 넘기면서 안전관리 미비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 산업재해감소의 중요한 실질 대책 중 하나로 지자체 노동안전보건조례 제정 및 노동안전보건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토론에 참여한 강정희 도의원은 "전남도에는 이미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여수시에서도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특히 전남도에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종섭 여수시의원은 "원·하청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매년 혹은 정기적인 여천 국가산단 내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화섬식품노조 김성호 광주전남지부장의 "이익 공유제는 고용이 유지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인 듯하다"란 질의에 주 시의원은 "이익공유제는 무조건적으로, 고용안정은 연속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조례제정 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남길 LG Chem노조 위원장은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조를 당장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민주노조로 안내하는 동시에, 원·하청 노조의 일상적인 관심과 지지, 공동연대투쟁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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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 중복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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