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짜장면, 공유 킥보드 올라탄 이유
음식 배달 업계에 공유 킥보드가 골목길 배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시 기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배달 플랫폼과 신규 시장이 필요했던 공유 킥보드 업체 간 이해가 맞아 떨어진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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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국내 최대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운영사 올룰로)은 배달의민족과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일반 이용요금보다 30% 싼 ‘배민커넥터’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는 내용이다. 배민커넥터는 주당 최대 20시간까지 자신이 원하시는 시간에 음식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형 기사. 배민커넥터가 킥고잉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면, 킥보드 사용료를 할인 해준다는 취지다.
음식 배달 플랫폼과 공유 킥보드 간 협업,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커머스기업 쿠팡이 하는 '쿠팡이츠'는 지난 2월 빔모빌리티와 함께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울 서초·송파구 지역 배달 기사 선착순 500명에게 킥보드 이용시 쓸 수 있는 포인트 2만점을 제공했다. 킥고잉도 앞서 지난 1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용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할인율은 배민커넥터와 같은 30%.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 일레클도 지난 1월 정가 대비 40~70% 싼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용 요금제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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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배달 플랫폼의 핵심, 기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① 시즌 1 : 코로나 19
음식배달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컸다. 지난 2월 음식배달 거래액은 1조 868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6% 증가했다. 음식 주문이 늘자 배달 기사를 찾는 수요도 급속히 커졌다. 지난해 8월 기준 배달대행 라이더 수는 12만명(공정거래위원회)이다.
② 시즌 2 : 단건 배달
올해는 지난해보다 배달 인력이 더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배달 서비스가 ‘묶음’에서 ‘단건’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그간 음식 배달업계 표준은 기사 1명이 주문 5건을 모아서 처리하는 묶음 배달이었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이 룰을 뒤집었다. 기사가 한 번에 배달 한 건만 처리하는 단건 배달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들었다. 음식점주와 소비자들게 '쿠팡이츠는 빠르다'는 평판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그러자 다른 업체들도 '단건'을 시작했다. 업계 1위 플랫폼 배민은 오는 6월부터 단건 배달을 도입한다. 위메프오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안 그래도 배달 기사가 부족한 마당에, 단건 배달이 뉴노멀이 되면 더 많은 배달기사가 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플랫폼들은 ‘아르바이트 배달 기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배민커넥트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기사는 5만 명. 이중 약 1만 명이 실제로 활동하는 기사다.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기본 배달 수수료 외에 보너스를 얹어줘가며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 보너스는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몇만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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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킥보드와 제휴해
음식 배달업계의 ‘추격자’ 쿠팡이츠에 이어, 업계 1위 배민까지 공유 킥보드 업체와 협업하는 건 이유가 있다. 공유 킥보드와 제휴로 배달기사 확보 고민에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① 문턱 제거 : 부업 기사는 원하는 배달방식을 택할 수 있다. 도보·오토바이·자전거·전동킥보드 등. 전업배달 기사들에게 배달플랫폼이 오토바이 등 기기를 대여해주는 데 비해 부업 기사에겐 이런 혜택이 없다. 두 발로 걷든지 자비로 교통비를 해결해야 한다. 공유 킥보드·자전거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할인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
② 범위 확장 : ‘뚜벅이 배달’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도보 기사에겐 통상 출도착지 기준 1㎞ 이내 주문만 배정된다.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범위가 2㎞ 안팎으로 늘어난다. 수락할 수 있는 콜(주문) 범위가 두 배이상 늘어난다.
③ 공유킥보드도 윈윈 : 지난해 8월 기준 서울의 공유 킥보드 수는 3만 6740대.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대수를 늘린 터라 현재는 5만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서울 시내에서라면 공유 킥보드를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될만큼 흔하다는 의미다.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가동률을 높일 방안을 고심 중. 급증하는 음식 배달에 킥보드가 쓰인다면 금상첨화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공유 킥보드의 쓰임새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소비자에게 물건이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 배송) 물류 인프라로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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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전은요?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전동킥보드 사고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897건으로 늘었다. 게다가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달리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도로 중 80%가량이 인도와 자전거도로 겸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음식배달은 속도가 중요하다보니 일반인 부업 배달이 늘면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업체 측의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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