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없이 규제만, 공적의료에서 소외받는 반려동물의료..억울하지만 제대로 알려야죠
지원없이 규제만, 공적의료 인정 못 받아
반려동물시대, 정부 전담부서가 필요해
할 말은 할 것..바빠지는 한국동물병원협회
반려동물시대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는 시대다. 다섯에 한 집 정도는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호황기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 비해 미흡한 부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반려동물 인식이 유기견 같은 사회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 한국동물병원 이병렬 협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문제지만 반려동물의료가 공공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동물 발치비용, 최대 80배까지 차이? 반려동물 진료비 문제는 최근에 가장 회자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다. 몇 년 전에 한 단체에서 반려동물 진료비가 병원마다 차이가 큰데, 치아발치의 경우 최대 8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동물병원계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왠만한 국민들이면 한 마디씩 거들었다. 동물병원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에 대해서다. 국민들의 관심이 불만으로 증폭되자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마련에 분주해졌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만 대략 7개 정도며 진료비 고시의무화와 진료비 경감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이병렬 회장은 억울함부터 표했다. 동물 발치에 있어 병원에 따라 80배나 차이가 났다고 발표된 것은 치료현장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발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동물도 사람처럼 간단한 치료엔 비용이 저렴하지만 고가의 검사와 치료엔 당연히 큰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발치도 동물의 나이와 치아 상태에 따라 치료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진료비도 때에 따라선 크게 차이날 수 있다. 단순히 80배라는 수치만을 강조하다 보니 진료비 폭리라는 말에 방점이 찍히게 되었고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동물진료에 대해 이해하면 풀릴 문제다” 고 말했다.
권한과 지원에서는 배제, 규제는 공적의료 수준
이회장은 반려동물의료에 대한 정부입장에 할 얘기가 많다. 사람을 위한 의료행위는 하나부터 열까지 공적의료로 인정해 정부가 적극 관여하고 규제도 하지만 지원과 보호까지 이뤄진다. 하지만 동물의료는 공적의료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적의료 영역으로 취급되어 정부의 지원이 전무하다고 한다. 하지만 규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공적의료보다 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답답한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 백신접종이 본격화 되면서 접종 1순위에 의료관련종사자, 필수사회인력이 들어갔지만 동물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수의사는 논의 조차 되지 않은 일이다. 일반 국민과 동일한 자격인 셈이다. 의료인들과 동일한 자격으로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 받고 있는 미국 수의사들조차 이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형평성 있는 규제와 지원이 적절하게 병행되어야 동물의료도 발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완전히 반대라며 강하게 꼬집었다.
반려동물인구 1500만명 시대, 제대로 된 전담부서가 필요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4명의 반려동물인구가 생기는 셈이다. 이런 계산법으로 조사된 반려동물인구수가 1500만 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가 약 5182만 명이니 30%에 육박한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데 정부의 전담부서는 전무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정책과가 있긴 하지만 동물보호와 유기동물 업무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반려동물에 관한 사항은 미비하다고 한다. 예산도 동물보호와 복지 분야에만 집중되다 보니 반려동물산업은 늘 소외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회장은 이를 위해 ‘원헬스(One-health)’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과 동물, 환경을 하나의 유기체 개념으로 보고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동물과 보호자가 한 지붕을 넘어 방안에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산업 발전 위해 할 일이 많아요
동물병원협회는 2020년에 반려동물유대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비 절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느끼는 정서적 안정과 행복으로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 장애가 완화되면서 그만큼의 의료비가 절감되인데, 이병렬 협회장은 이점에 주목하고 “반려동물과의 유대로 인한 효과 연구들이 아직은 국내에선 활발하지 않지만 협회 차원에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고 말했다.
한국동물병원협회는 반려동물 보호자와의 소통강화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매월1회씩 반려동물보호자를 위한 온라인 무료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고 매회 1천 명 정도가 참여했다. 내부소통과 역량강화도 중점 사업이다. 국제수의사인증 교육이 그중 하나다. 작년부터 외과과정을 시작해 올해는 내과과정을 진행 중인데 최대 2년 간 진행되며 시험에 통과하면 인증의 자격을 받게 된다. 그동안은 국내 시험이 없어서 일부러 해외로 나가 자격시험을 봐야 했지만 협회의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반려동물 인식개선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나 국민들은 동물병원 진료비가 너무 비싸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유기동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병원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그는 "자료를 보면 유기동물 중 70% 이상의 나이가 1~2살 인것으로 조사됐다. 이 나이대는 병이 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동물치료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버렸다는 한 간의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이유로 반려동물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저급한 인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광주에서 27년의 동물병원 운영경험이 있는 이병렬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협회는 언제든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간에 너무나 말도 안되는 제안과 제품 등을 들고 와 같이 해보자는 사람들이 많아 거절도 많이 했다. 하지만 찾아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로가 합의는 안됐지만 무엇인가 개선시키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수의사나 협회의 최소한의 조언조차 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덤벼들었다가 실패한 기업들이다. 그들은 결코 협회를 찾지 않았다" 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상생을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진료비에 대한 오해로 수의사가 불만의 대상이 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보호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할 것이다. 이것이 곧 반려동물시대를 맞아 반려인과 반려동물, 수의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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