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오뚜기', 유임된 홍남기의 저력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주요 장관을 중심으로 한 대폭 개각이 예고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 마포구 미래모빌리티센터를 방문해 혁신성장 장관회의를 현장에서 열었고, 오후엔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청와대는 홍 부총리 유임을 결정했다. 김부겸 총리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 통과 전까지 총리직을 대행하기 위한 ‘시한부 유임’이란 평이 나온다. 하지만 총리는 물론 후임 경제부총리까지 검증과 청문회를 마무리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린다.
홍 부총리는 소신 없이 여당에 끌려다녀 홍백기(홍남기+백기),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총 7번의 사퇴설과 교체설에 휘말리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방어하며 그는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이어나가게 됐다.
윤증현 전 장관이 세운 이전 기록(842일)은 이미 지난 1일 제쳤다. 홍백기 대신 홍뚜기(홍남기+오뚜기)란 별명이 어울릴 이력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말 그대로 ‘7전 8기’였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취임했다. 교체설은 임명되고 채 1년도 넘지 않은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홍 부총리를 그의 고향인 강원 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차출한다는 설이 돌았다.
차출설은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지난해 4월 다시 여당을 중심으로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총선에서 180석을 거머쥐며 거대 여당으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추진하면서 당ㆍ정 충돌로 교체설이 불거졌다. 결국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상위 30% 제외) 지급 주장을 꺾었고, 지난해 5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나갔다.
재난지원금 갈등을 딛고 홍 부총리는 자리를 지켰지만 2개월여 만에 홍 부총리를 포함한 개각설이 다시 대두했다. 지난해 7월 부동산값 상승세가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대책을 놓고 관련 부처 간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다.
지난해 10월 교체설은 또 불거졌다. 홍 부총리 임기 2년에 맞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장수 장관을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을 놓고 홍 부총리와 당ㆍ청 간 대립이 극에 달한 것도 교체설이 불거진 이유였다. 이로 인해 홍 부총리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자 그달 20일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로부터 직접 대면 보고를 받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는 재신임성 발언을 하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평화는 길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3일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표면적 이유는 대주주 양도세를 둘러싸고 혼란을 야기한 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주장이 번번이 묵살된 것이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사표를 반려했고 홍 부총리를 “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하며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임도 홍 부총리와 여당 간 갈등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재ㆍ보궐 선거를 앞둔 지난 2월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하느냐, 선별 지급하느냐를 두고 여당과 홍 부총리가 대립각을 다시 세웠다. 그러면서 총선 후 개각 후보로 홍 부총리가 다시 거론됐다.
그리고 일곱 번째, 재ㆍ보궐 선거 직후 단행된 이번 개각에서도 홍 부총리의 교체설이 나왔지만, 청와대의 선택은 결국 유임이었다.
이로써 홍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2기 경제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당분간 공석인 총리의 권한대행을 하기 위한, 시한부 유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사실상 임기를 같이 할 ‘순장조’ 경제부총리 후보 적임자를 그만큼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홍 부총리가) 잘해서 유임 또는 연임시켰다고 보기 힘들다”며 “치열한 인사청문회 절차를 뚫고 경제부총리를 바꾼다 하더라도, 새로운 부총리가 임기 1년도 안 남은 대통령의 지시를 진심으로 따를지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ㆍ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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