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터미널역에서 방배역까지 산길로 가는 법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이상헌 기자]
올해는 평년에 비해 10일이나 일찍 벚꽃이 피었다. 서울 시내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와 석촌호수는 사람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통행제한이 되었다. 세상 천지에 벚나무가 심어진 곳이 그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살펴보면 벚꽃 구경과 더불어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근사한 장소를 얼마든지 걸어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산책루트가 바로 그러하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좋은 벚꽃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코스는 고속터미널역에서 시작하여 서리풀공원을 거쳐 효령대군묘역(청권사)을 지나 방배근린공원까지다.
길이 험하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이 적어서 호젓하게 산책로를 걸어볼 수 있으며 중간에 대법원/검찰청 방면으로 빠지면 우아하게 차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누에다리를 건너서는 몽마르뜨공원의 풍취를 느껴볼 수도 있으며, 특히나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12호인 청권사는 단독 코스로 삼아도 될 만큼 괜찮은 곳이다.
▲ 서리풀공원에서 방배근린공원까지의 산책길. 서리풀공원에서 청권사(효령대군묘역)를 지나 매봉재산(방배공원)까지 산책 루트. |
ⓒ 이상헌 |
고속터미널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정면에 서울성모병원이 있고 좌측에 보이는 육교를 건너면 서리풀공원의 들머리다. 서초(瑞草)구의 옛 지명이 서리풀인데 한자를 직역하면 '상서로운 풀'이다. 고구려 시절에는 쌀을 서화(瑞禾)라고 칭하였기에 서초는 곧 벼를 뜻한다. 지금이야 남아도는 것이 쌀이지만 과거에는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귀한 곡물이었다.
▲ 몽마르뜨공원 벚꽃길. 서리풀공원 누에다리를 건너자마자 이어지는 벚꽃산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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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를 통해 단체관람도 신청할 수 있으며 상설전시는 물론이요,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이곳에 올 일이 없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평탄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 현인은 평생에 걸쳐서 피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하였다.
첫째가 소년등과, 그 다음이 중년상처, 마지막은 노년빈곤이다. 즉, 너무 이른 나이에 유명해지면 그 끝이 좋지 않다. 아내를 잃는 것은 큰 불행이요 늙어서 경제력이 없다면 너무나 비참한 일이다. 글쓴이가 여기에 한 줄 더 추가한다면 일생송사다. 재판이 벌어지면 기둥 뿌리가 뽑힌다. 집안이 풍비박산이난다.
효령대군과 예성부부인 해주 정씨 묘역
▲ 밤 경치가 훌륭한 누에다리. 반포대로를 가로지르는 누에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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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다리를 건너자마자 왼편의 소로길로 개나리와 벚꽃이 상큼하게 피어나 상춘객을 반겨준다. 이른 아침이나 어둑해지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볼 수도 있다. 활동량이 왕성해서 바로 뒷편의 대한민국예술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마당까지 돌아다니기도 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서리풀다리를 건너 전망이 근사한 정상부에 오르면 우면산과 교대역 방면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자와 벤치,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어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다.
▲ 효령대군묘역 벚꽃 터널길. 청권사(효령대군묘역) 담장과 어우러진 벚꽃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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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걸음을 옮기다보면 옛스러운 담장과 함께 화려하게 피어난 청권사의 벚꽃 터널이 나온다. 이곳에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과 예성부부인의 묘소가 있다. 태종의 맏아들이 양녕대군이고 차남이 효령대군, 삼남이 충녕대군(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한다. 효령은 충녕에게 황제의 자리를 양위하고 왕실의 어른으로서 초탈한 삶을 살았다.
▲ 청권사(효령대군묘역). 효령대군과 예성부부인 해주 정씨 묘역과 사당이 자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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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권사는 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때에 맞춰 전례제향이 봉행되며 장학사업을 비롯한 문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정문을 이용할 수 없으니 후문으로 입장하여 둘러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www.hyor.or.kr/)를 참고하라.
▲ 효령대군과 예성부부인 해주 정씨 묘소. 세종대왕의 형이자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 이보 묘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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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재산(방배근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서 조망이 훌륭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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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서 서리풀공원의 전망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좋은 풍광을 보여준다. 소로길을 따라 내려오면 BTN불교TV에서 사당 방면의 남부순환로에 단풍나무가 300미터 정도 줄지어 있다. 가을날이면 붉은 낙엽을 밟으며 거닐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관음정사 극락전. 극락전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필묵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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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책 코스는 여기서 마감한다. 만약 더 걸어볼 요량이라면 사당역을 넘어 11화에서 소개한 낙성대 강감찬 사당으로 갈 수 있으며 13화에서 안내한 서초구 제일의 풍경, 우면산으로 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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