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임안젤, 김시연 기자]
▲ <조선일보> 14일자에 실린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 첫 인정'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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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4일자에 실린 '개방 거의 안한 낙동강 6개 보, 수질 오히려 개선'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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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대상] <조선일보>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를 개방한 이후 강 본류의 보 구간 수질과 지류 수질이 최대 30-40% 악화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조선일보 14일자 보도)
<조선일보>는 여기에 더해 "금강·영산강에 비해 (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수계 여섯 보의 수질이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역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금강, 영산강 보 개방 이후 녹조류가 줄어들고 멸종위기종 생물이 돌아오는 등 물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전날(13일) 환경부 발표와는 상반되는 내용이다.<조선일보> 보도는 과연 사실일까?
▲ 4대강 사업과 함께 녹조강으로 변했던 금강 공주보 상류가 지난 2018년부터 수문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예전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
ⓒ 김종술 |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아래 '4대강조사단')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3년 반 동안 개방한 11개 보의 수질, 수생태계, 퇴적물 등 11개 분야를 모니터한 결과, 보를 장기간 대폭 개방한 금강·영산강의 경우 녹조류(유해남조류)가 줄고 흰수마자, 황새, 흑두루미 같은 멸종위기종 생물이 돌아오는 등 물환경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금강 세종보·공주보·백제보와 영산강 송촌보·죽산보 등 5개 보와 그 상류 지점에서 측정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인 함량(T-P), 클로로필a(엽록소) 등 유기물과 영양물질 수치는 개방 전보다 증가한 반면, 낙동강 상주보·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등 6개 보는 BOD값이 9~21% 낮아졌고, 인 함량도 대부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14일 오후 설명자료에서 "BOD·T-P 등은 보 개방의 영향보다는 강수량,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 등 외부 조건(수문기상, 유입 수질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보 개방만으로 수치가 악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즉 <조선일보>가 보도한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민중혁 환경부 4대강조사단 모니터링팀 연구관은 <오마이뉴스> 전화통화에서 "<조선>은 물 속 유기물(BOD)과 영양물질(T-P) 지표만 가지고 얘기했지만,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밀접하게 느끼는 녹조, 물고기 폐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저층)빈산소, 퇴적물까지를 포함해 수질의 범주로 본다"면서 "다른 개선사항은 인정하지 않고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BOD나 T-P 같은 지표들만 골라서 나빠졌다고 하면 균형 잡힌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낙동강의 경우 금호강이나 상류에서 들어오는 지류들이 2018년 이후에 여러 가지 환경 개선 사업 등으로 인 함량(T-P)이 줄어 수질이 좋아진 것"이라면서 "보 개방을 거의 하지 않아서 수질이 좋아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환경부는 낙동강 중·하류 부분 개방한 보 구간의 BOD, T-P 농도가 감소한 것은 금호강에서 유입되는 농도가 개방 전(2013~2016년)에 비해 각각 평균 28%, 39%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 수문이 닫혀 있던 2019년 모습. |
ⓒ 김종술 |
하천 생태, 환경공학 분야 전문가들도 BOD, T-P 같은 일반적인 수질 지표는 수량과 지류 오염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측정 지점이나 시점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조경제 인제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1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금강의 경우 흐르는 물의 양이 적어 보를 개방하면 BOD 등 일부 수치가 과거보다 더 높게 나올 수도 있지만 수질이 악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보를 막아 가득찬 물을 떠서 측정하면 BOD 수치가 낮게 나오지만, 보를 개방하면 흐르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지류에서 오염원이 흘러들면 수질이 금방 나빠질 수 있어 조사 시점과 지점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4대강은 녹조가 많이 발생해서 문제인데, BOD는 오폐수 유입 영향은 많이 받지만 녹조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강 수질을 측정할 때 BOD를 첫 번째 기준으로 앞세우는 것도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전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녹조는 체류시간의 영향을 받으므로 보를 개방하면 체류시간이 짧아져서 녹조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조선일보 기사가 지적한 BOD는 녹조의 영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28년 동안 낙동강 본류 6개 지점을 모니터해온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담수생태학연구실 교수는 "보를 개방해서 수위가 떨어지고 물하고 땅하고 접하는 면적이 늘더라도, 영양물질이 계속 들어온다면 농도는 높아진다"면서 "낙동강처럼 (4대강 보로 인해) 물의 양이 수십배에서 수백배 늘어난 경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영양물질이 늘어나든 줄어들든 전체적인 관점에서 강의 건강성이 회복됐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생물 다양성 등 강의 종합적 가치는 거론하지 않고 단순히 도출된 수치 하나하나에만 너무 연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조선일보>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 대체로 거짓
<조선일보>는 보 개방으로 수질이 악화된다는 근거로 BOD, T-P 등 유기물·영양물질 지표를 제시했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녹조류, 저류 빈산소, 퇴적물 등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또 유기물·영양물질 지표의 경우 보 개방뿐 아니라 지류 오염원, 계절에 따른 수량 변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낙동강과 금강·영산강의 단기간 수치 변화를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보 개방 후 수질 최대 40% 악화" 보도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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