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법 청문회 증인 인터뷰] 전수미 "미국, 다양한 탈북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미국 측, 기존의 소수 탈북민 의견에 의존"
"인권 문제 관련 한‧미 소통 문제 극복해야"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여한 전수미 변호사가 1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청문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원활하게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북한인권단체에서 탈북민을 지원해온 경력이 있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대북전단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청문회에 참여한 전반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A : 톰 랜토스 인권위가 나를 청문회에 불러준 이유는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는 인권 변호사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현장에서 탈북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입장에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 현황과 탈북민 여성의 인권 유린 실상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청문회 자체가 문재인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흘러간 측면도 있어서 다소 놀랐다.
Q : 청문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반(反) BTS 풍선법'이라는 비유도 등장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낸 반면 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A : 어제 청문회의 전반적 분위기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 및 북한 인권과 관련해 활동하시는 분들이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북한 인권 문제에 진정성을 갖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하지만 생각을 좀 더 다양하게 하고 범위도 넓힐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측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통하던 소수 탈북민들의 의견을 마치 전체 탈북민의 의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99%의 탈북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또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북전단과 관련해 울면서 전화가 와서 '누구를 위해 날리는 건지 모르겠다. 힘들어 죽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분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난해 대북 전단이 문제가 되면서 북한 당국이 탈북 주민 색출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민 가족들의 삶이 위험해지기도 했다. 대북 전단으로 발생하는 이런 역효과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Q : 청문회에서 나온 한국의 북한 인권 정책 전반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이번 청문회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선 한국 정부가 탈북민 지원 활동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우려가 큰 것 같다. 한국에선 표현의 자유도 억압받고 인권 논의도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안타깝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다. 탈북민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제도적인 과잉 보호가 문제다. 탈북민들을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국정원에서 보호 명목으로 사실상 가둬두며 조사를 하고, 이어 하나원에서 교육하고, 이후에도 신변보호담당관을 붙여서 일상을 다 보고받는다. 보호라는 이름의 인권 유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탈북민을 북한에 고향을 둔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해야지 왜 그들을 과도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나. 그렇게 다르게 대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Q : 이번 청문회의 향후 파급 효과는
A : (미국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면 그 비판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비판 의견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미가 소통 문제로 오해가 생긴 측면이 있다면 이번 청문회 등을 계기로 서로의 물음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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