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파트 개별배송 재개한 택배노조 "일부 주민 문자폭탄탓"

권혜림 2021. 4. 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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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혜림 기자

‘갑질’과 ‘안전’ 논란으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의 개별 배송을 중단했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일시적으로 배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부 입주자들의 항의로 택배기사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16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입주민이 저희를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으나, 일부 주민들의 항의·협박 문자 폭탄으로 인해 택배기사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일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오배송 신고하겠다” 문자 쇄도
진경호 과로사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갑질에 맞서는 정당한 투쟁도 중요하지만, 택배기사들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원칙 하에 일시적으로 개별 배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하주차장 진입(2.3m 이하)이 가능한 저상택배 차량은 지하로 진입하고, 진입이 안 되는 차량은 손수레를 이용해 개별배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들은 아파트 측이 택배 차량의 단지 지상 출입을 막자 지난 14일부터 각 세대 현관 앞 ‘개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진행했다. 단지 입구에 택배를 쌓아두고 입주민들이 직접 찾아가게 하는 식이다. 택배노조는 입주민이 택배기사들에게 보낸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거기로 가지러 갈 사람도 없고 이유도 없다. 이후 택배 못 받은 것에 대해 손해 비용 청구하겠다’ ‘상일동 역 앞으로 배송한다면 오배송으로 수취거부 및 신고할 것이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택배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입주민이 택배기사들에게 보낸 항의 문자. 택배노조 제공



총파업 여부 25일 결정
전 위원장은 “이번에 일부 택배사 소속 기사들이 투쟁에 동참하지 않아 롯데택배나 우체국택배 기사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며 “CJ대한통운, 한진택배 기사들을 설득해서 다음 주부터는 전체 기사들이 정문 앞 배송을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총파업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들은 “입주민대표자회의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택배 원청사들이 기사들의 뼈와 살을 갈아 넣는 노동을 강요한다면 택배사에 배송 불가 지역으로 선포하도록 하고, 이뤄지지 않을 시 오는 25일 대의원회의를 개최해 총파업 등 투쟁방향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상택배차량 피해 조사해야”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저상택배 차량으로 인한 택배기사들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도 요구했다. 택배노조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저상택배차량은 그 비용을 택배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이용한 택배 노동이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며 “전국 택배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부가 선제적으로 이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강규혁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는 입주민들의 마음을 존중한다. 그래서 대화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던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입주자대표회의와 함께 마주 앉아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입주민 아이들의 소중한 안전을 지키고,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도 고쳐가면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갑질이 진다는 진리 보여줘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강동구청 노동인권센터와 서울시 갈등조정관도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자체 노동관리 부처의 해결을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상일동역 인근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한다. 진 위원장은 “결국 갑질이 국민의 힘에 의해 진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열망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무기한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림·최연수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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