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법 청문회 증인 인터뷰] 이인호 "북한 주민도 같은 권리 누려야"
"북한에 저자세, 우리 권리 희생 안 돼"
"전단 처벌 대신 접경지역 주민 보상 등 대안 필요"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여한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가 16일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누리던 모든 것을 북한 주민들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뒤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청문회가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심도 있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비판했는데.
A : 어제 청문회 초반에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의 인권 상황이 미 의회의 청문회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다. 북한과 평화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건 좋다. 하지만 저자세로 임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북한 사람들도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그 전제 위에서 관계 개선 및 더 나아가 통일을 생각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권리를 희생해서도 안 된다.
Q : 대북전단금지법의 취지는 접경지역 주민 보호인데.
A : 가령 쓰레기 처리장을 설치한다고 해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다. '그렇다고 처리장을 아예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 전단 살포의 영향을 받는 직접적 당사자이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대북 전단에는 북한 주민들에 정보를 전해주고 숨통을 트게 해주는 대의가 있다. 두 이익을 모두 보호하려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드는 대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다른 방안으로 피해를 배상하고 그들의 뜻을 존중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 단체들이 전단을 날리더라도 주민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행동하도록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마련한 것은 북한이 대북 전단에 반대하니, 사실상 그에 따라준 것이나 다름 없다.
Q : 청문회에서 인권 문제 뿐 아니라 통일 등 대북 정책과 관련한 언급도 했는데
A : 인권에 대한 시각을 더 넓혀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인권 이슈도 남북 관계와 맞물려서 삶의 기반 자체가 왔다갔다 하는 문제다. 전부터 내가 주장해온 바는 북한을 가난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이해관계가 있는 이웃 국가들과 합의해서 북한을 압박해 핵을 버리거나 완전히 동결하도록 하고, 그 대신 엄청난 지원이 가게 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은 한국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에게 좋은데, 문재인 정부는 그와 반대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정책을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Q : 청문회의 향후 파급력은 어떻게 보나
A : 이번 청문회가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심도 있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어제 청문회를 주도한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의 경우 한국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다만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게 어떻게 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며 순수한 내정 문제에는 간섭을 해선 안 된다. 미국도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자국의 이익과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고려해 나름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길을 택하고 그 대책이 우리의 입장과도 맞아들어가서 서로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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