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㊳] 바이올리니스트 고예일은 왜 '뮤지컬 무대'에 올랐나

박정선 2021. 4.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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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코멧', 5월 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공연
"연주와 연기로 관객들에 여운 남기는 배우이고 싶어"
ⓒ쇼노트

본격적인 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배우들이 객석의 곳곳에 배치돼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관객들을 19세기 러시아 사교클럽으로 이끈다. 지난달 20일부터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이야기다.


본극이 시작된 이후에도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분명치 않다.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넘버의 향연에 연기자이자, 연주자인 배우들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면서 공연장을 선술집으로, 또 클럽 파티 현장으로 만든다.


무대를 누비는 많은 액터 뮤지션 중에 고예일 배우는 단연 시선을 잡아끈다. 바이올린을 어리 춤에 끼고 나풀거리는 치마를 대충 정돈한 채 앉아있는 자세부터 남다르다. 연주는 더 압권이다. 몸을 흔들고, 무대 안팎을 뛰어다니면서도 연주에 흔들림이 전혀 없다. 그 와중에 극의 상황에 맞는 표정과 눈빛, 감정연기까지 해낸다. 고예일 배우의 이력을 보기 전엔, 그의 전공이 바이올린인지 연기인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배우로서 무대에 선 게 언제부턴가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해왔고, 뮤지컬 연주자로서는 4년,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제 갓 6개월을 넘긴 새내기입니다(웃음). 2017년 런던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함께 ‘마타하리’ 초연을 연주자로서 참여했고요, 그 때의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다른 여러 뮤지컬 작품을 할 수 있게 됐죠.


배우로서 처음 무대에 오르게 된 작품은 ‘웃는남자’였어요. 작품의 처음과 끝, 그리고 중간 중간에도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며, 극의 이야기 흐름과 분위기를 감성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이끌어가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이라는 작품에도 참여했어요. 연주와 노래, 안무는 물론이고 대사까지 소화해야 하는 엄청난 작품이었죠(웃음).


-배우로서 첫 무대인 ‘웃는 남자’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지금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과는 다르게 대사나 노래는 없었지만 무대 위에서 주어진 동선과 움직임을 하며 연주를 하는 것이 난생 처음이어서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관객 분들을 만나는 첫 공연 때는 설렘과 기분 좋은 짜릿함으로 가득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공연 오픈 전날 가졌던 드레스 리허설을 큰 사고 없이 마쳤던 터라 ‘걱정말고 온전히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첫 무대에 올랐습니다.


ⓒ쇼노트

-보통 뮤지컬에서 연주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데요.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는 로빙뮤지션은 물론이고, 연주자들이 모두 무대 위에 자리했죠?


함께여서 두 배, 세 배 더 신나고 또 든든한 것 같아요. 공연 중에 연주하다가 주변을 슬쩍 돌아봤을 때 함께 연주하는 로빙뮤지션 또는 밴드 언니, 오빠들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다함께 이 작품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이더라고요. 시너지 효과라고 할까요? 무대 위에서 모두 함께해서 더 힘이 나고, 더 집중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액티브한 뮤지컬이라 오디션이나 연습과정, 혹은 공연 중에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아마 연습 초반이었을 거예요. 안무 감독님 지도아래 새로운 안무 진도를 나가는 첫날이었는데, 저와 몇 명의 로빙 연주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진짜’ 뮤지컬 배우 분들이시거든요. 안무 첫 날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한번 가르쳐주시면 마치 이미 몇 일 동안 숙달 된 듯 한 엄청난 속도로 흡수하시는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날을 계기로 정신을 바짝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


-극중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집시 또는 유랑 서커스단의 한 명이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바이올린 집시로 극중에서 치마를 팔랑거리며 생동감 있는 이야기 전달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넘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안에서 제가 하는 연주의 분위기를 파악한 후에, 나머지는 중간 중간 제가 보여 줄 수 있는 연기의 질감을 고민했습니다. 극중에서 연주 할 때 그 연주 자체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저의 시선과 표정 그리고 작은 몸짓까지도 극의 진행에 더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연주는 물론이고, 연기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따로 연기 레슨을 받은 건가요?


연기 레슨을 따로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함께하는 배우 분들께 조언도 많이 구하고 연기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설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만들어왔습니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바이올린 연주도 연기에 큰 도움이 되고, 연기도 바이올린 연주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감정 전달이나 표현적인 부분에서 연주와 연기 이 두 가지가 상호간의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연기와 연기를 함께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연주 하나만 했던 지난 시간들이 어땠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멀티 플레이가 익숙해져버렸네요.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몸을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쓸 수 있을까 늘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연 초반에는 작은 부상들이 잇따랐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노련해진 부분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선이 매우 복잡해 보여요. 공연을 보면서 저 동선을 어떻게 다 외웠나 싶더라고요.

리허설 기간에 틈만 나면 무대를 바라보며 눈으로 저의 동선을 밟아보고 또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보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무대 위 동선은 물론이고 등·퇴장로도 굉장히 복잡해서 배우 분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 분들까지 다 함께 두 배, 세 배의 노력으로 동선을 익혔습니다.


ⓒ쇼노트

-‘그레이트 코멧’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그레이트 코멧’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죠. ‘그레이트 코멧’에서는 평범한 것이 그 어디에도 없답니다. 보신 관객여러분이라면 이해하실 거에요(웃음).


-코로나19 탓에 공연이 연기되고, 어렵게 막을 올렸죠.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인 터라 아쉬움이 더 클 것도 같은데요.


공연이 작년 가을에서 올해 봄으로 연기되면서 배우들끼리 많이 아쉬워하며 또 갈망해왔어요. 그래서 다시 만나 이렇게 공연을 올리게 되었을 때 그 벅참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요.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관객여러분께 어떤 피해도 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도 극중의 재미와 열정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전달해드리려 연출진을 더불어 많은 분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배우들도 연기 중에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관객도 있나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신 와중에도 정말 신나고 즐겁게 즐겨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이요. 그 분들의 표정을 마스크 때문에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저희에게 전달되는 너무나 큰 에너지가 있어요.


-관객들에게 공연을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팁을 주자면요?


아시다시피 저희 공연은 무대 위에도 군데군데 객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공연을 관람해보시면 늘 색다를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또 뮤지컬 배우로서 고예일 씨의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또 액터 뮤지션으로서 제 연주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끔, 뛰게끔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작품 안에서 이 역할이, 이 연주가 얼마나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저의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관객 분들의 가슴에 여운이 남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레이트 코멧’ 외에도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고예일 씨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건가요?


좋은 기회가 온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액터 뮤지션으로서 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꼭 참여하고 싶은 뮤지컬이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뮤지컬 ‘파가니니’라는 작품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동시에 작곡가였던 니콜로 파가니니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인데요. 주인공의 고도의 바이올린 연주와 가창력까지 요구되는 작품이에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또 멋진 연주로 관객 분들의 가슴과 귀를 모두 감동시키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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