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속으로]삼성물산 20만원은 '그림의 떡'일까.."펀더멘털은 참 좋은데"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올해 첫 주식 개장일인 1월4일 삼성물산의 종가는 14만4000원. 전일 15일 종가는 13만6500원. 코스피가 3200을 기웃거리고 있는 이 시기에 철저히 소외된 종목이다. 삼성물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삼성물산 누적 순매수는 개인 2593주, 외국인 825주, 기관은 -3428주다.
증권가는 삼성물산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오히려 하향 곡선으로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이 크다. 올해 실적은 컨센서스 상회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으로 불확실성이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 언더포펌 주가…상속 이벤트 전 매수기회
삼성물산의 주가는 올해 들어 5.2% 하락해 같은 기간 8.48% 상승한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개별종목과 테마가 주도하는 시장 상승 국면에서 복합기업의 특성을 가진 지주회사들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룹 총수 구속에 따른 불확실성과 삼성전자 주가의 횡보 등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증권사의 리포트 발행도 적은 편이다. 올해부터 15일까지 21개에 불과하다. 1월 말까지 리포트가 발행됐고 2~3월에는 전무했다. 4월 들어 다시 1분기 실적 발표와 상속 이벤트를 앞두고 리포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상속세 및 증여법 제 67조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 의무가 있는 상속인은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의 과세 가액 및 과세 표준을 신고해야 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25일 타계했고 오는 30일이 상속 관련 윤곽이 들어나는 시점이 된다. 이 때문에 4~5월 상속 이벤트 및 뉴스 플로우 발생 이전 매수 기회가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여러 시나리오 상 삼성물산을 필두로 한 현 지배구조 체제 유지 가능성이 크며, 과거 유사한 이벤트 발생 구간에서 동사의 주가 흐름이 모두 양호했다"면서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가 대형 건설주 대비 크게 언더퍼폼했기에 매수 이후 5월말까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에 대한 상속세 규모는 약 11조~12조원으로 추정된다. 연부 연납 제도를 활용해도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상속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이재용 회장이 ①삼성전자 지분 일부만을 상속 받는 방식(삼성물산이 일부를 매입), ②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상속받는 방식(삼성SDS 지분 매각을 통한 재원 마련) 등이 있다. 혹은 금융사 매각도 검토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어떠한 시나리오 상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물산 중심의 현 지배구조 체제는 유지되게 된다"면서 "삼성물산의 중요도는 비단 전자 및 생명에 대한 경영권 행사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상속세 재원 마련과도 관련이 있고 향후 삼성물산의 배당증가와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펀더멘털 훌륭
주가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시장이 보는 삼성물산의 펀더멘털은 훌륭하다.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카타르(LNG Tank) 건설공사 1조9000억원, 삼성전자 평택 3기 건설공사 2조1000억원, 대만 타오유안 국제공항 3터미널 토목건축공사 1조2000억원 등 공시된 내역만으로도 5조2000억원의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올해 연간 신규수주 가이던스가 10조7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계획의 48.6%를 조기에 달성한 것이어서 올해 수주목표 초과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1분기 신규수주는 2조6000억원을 기록했었다.
KB증권은 삼성물산의 2021년 1분기(K-IFRS 연결) 매출액이 7조5912억원(+9.1% YoY), 영업이익은 2681억원(+82.3% YoY, 영업이익률 3.5%)을 기록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부문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사부문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요회복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개선이 기대된다. 패션과 리조트 부문 역시 지난해 대비로는 개선된 실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9조6000억원의 통상적 배당 외에 10조7000억원의 특별배당 성격의 추가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로부터 8947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삼성생명과 삼성SDS 등을 포함하면 올해 수취배당금이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수취배당금의 60~70%를 재배당하겠다는 정책을 감안하면 올해 삼성물산의 주당배당금은 3500원, 이에 따른 배당수익률은 2.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익·안유동 KB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나 상속세 관련 논의에서 벗어나 수주와 실적, 배당 등 기업의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 괴리율·코로나19 영향권 불확실성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은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는 18만원, KB증권은 16만5000원을 제시했다. 20만원과 현 주가와 비교하면 괴리율이 크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 같은 상황. 다만 증권사 연구원들은 지금 충분히 매력적인 매수 가격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본질가치에 의미있는 악재가 없고, 오히려 연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면서 "현재 목표주가도 지분가치 50% 할인 적용 등 충분히 보수적임으로 목표주가 20만원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분기 실적은 건설과 상사 등 별도 양축의 실적 개선과 바이오로직스의 돋보이는 성장성에 힘입어 전년 대비 대규모 실적 개선 전망이 전망되고, 연간 수주 목표의 절반 이상 달성 등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규수주에서도 양호한 실적이 진행중"이라며 "올해부터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보일 전망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가격대로 매수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식상할대로 식상한 보유지분가치를 제외하더라도 건설과 기타 사업부의 펀더멘털 개선이 눈에 띈다"면서 "영업가치로 보든 지분가치로 보든 너무나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역대 최대 실적에 위기는 바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교보증권은 삼성물산의 올해 매출액이 32조6000억원(YoY +7.8%), 영업이익 1조2000억원(YoY +44.0%)으로 전망했다. 건설(YoY+13.6%) · 상사(YoY +59.6%) · 패션(YoY 흑전) · 리조트(YoY 적축) · 식음(YoY +0.0%)· 바이오(YoY +53.8%) 등 코로나19 영향 축소로 전 사업부문의 이익이 개선되며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기대했다. 백 연구원은 "실적 개선 방향성에 변화는 없을 전망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재확산의 불확실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적 개선 방향성에 변화는 없을 전망이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 조짐이 있어 적자축소와 흑자전환이 더디면 실적 개선의 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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