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與 새 원내사령탑..선거 참패 겪어도 결국 다시 친문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선 참패를 겪고 내린 결론은 친문(親文·친문재인)의 수성이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4선·구리)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의원은 이날 총 169표 가운데 104표(61.5%)를 받아, 65표를 받은 박완주 의원(3선·천안을)을 39표 차로 꺾고 174석 거여(巨與)의 원내사령탑 자리를 거머쥐었다. 윤 원내대표는 다음 달 2일 전당대회 때까지 도종환 비대위원장의 자리도 대신해서 맡는다.
윤 원내대표는 개표 직후 “빨리 보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서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개혁 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와 민생위기를 시급히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게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일찌감치 윤 원내대표의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윤 원내대표가 지난 총선 때 당 사무총장으로 공천을 진두지휘하며 의원들과의 접점이 넓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경쟁을 벌인 박완주 의원은 이날 정견발표에서 “누가 원내대표가 돼야 민주당이 정말 혁신한다고 국민들이 느끼겠나”라며 쇄신론을 내세웠으나,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윤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의 이른바 ‘검찰개혁’과 ‘언론규제’ 입법은 속도를 낼 조짐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개혁하라고 180석 총선 승리를 만들어주셨다. 속도 조절,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시는 개혁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인적쇄신론 차원에서 제기되던 친문 2선 후퇴론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친문 주류가 주장해 온 ‘질서 있는 재정비론’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윤 원내대표는 “당의 혁신은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겠다”며 “민주적 원내 운영을 위해 선수별 의원총회를 도입하고, 상반기 내에 초선의원과 대통령 정책간담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30 세대 민심 이반과 관련해서는 “우리 안의 오만과 위선을 혁파하는 것이 혁신이다. 결과만큼이나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과도 소통하겠다. 민생과 개혁을 위한 협력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야당과의 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자신들의 몫이라 주장해 온 법사위원장 자리 배분과 관련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의도 국회의원들 사이의 자리일 뿐이다. 국민들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는 것에 무슨 관심을 갖고 있단 말이냐”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2년 차 원내대표는 원 구성에 대한 협상 권한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친문 강성 지지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더 말해야 하나.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 원인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 권리당원과 관련해서도 “인신공격, 폄하 발언은 서로 삼가달라”는 입장을 냈다.
한영익·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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