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쏙 빼고.. 대전공무원 토지거래 전수조사 대체 왜했나?

심규상 2021. 4.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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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 없이 시 감사부서 등에만 맡겨..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조사도 안해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자료사진).
ⓒ 대전시
 
대전광역시(시장 허태정)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한 달 동안 시와 5개 자치구 소속 공무원 9593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거래내역 조사는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15일 대전시는 투기가 의심되는 공무원은 찾아내지 못했고, 타인에게 등기 명의만 빌려준 공무원 1명에 대해서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합동조사단 조사 전에 이미 구청 자체 조사를 통해 고발조치가 마무리된 건이어서 실적을 위해 끼워 넣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대상 공무원만 1만 명에 이른다고 소문을 냈지만, 결과는 생색만 낸 맹탕이었다. 이는 시작부터 예정된 결과였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배우자·직계존비속 빼고 공무원 본인만 조사

먼저 조사대상의 허점이다. 이번 조사는 대전시 소속 공무원 본인에 한정됐다. 이번 조사내용 중 하나는 '내부 정보 활용 여부'였다. 전문가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하면서 누가 본인 이름으로 하냐'고 반문한다.

이는 다른 여러 지자체가 공무원의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을 조사한 것과 대조된다. 세종시의 경우 시 소속 공무원과 산단 업무 관계자의 직계존비속 102명 등 2703명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고 투기 여부를 조사했다. 여기에도 배우자·직계존비속까지 조사해도 차명 행위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대전시가 공무원 본인에 한정한 조사로 처음부터 맹탕이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조사 주체도 논란이다. 대전시는 전수조사를 위해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합동조사단은 대전시, 5개 구청의 감사부서와 세무부서, 시청 내 개발사업 부서 등 모두 28명으로 이뤄졌다. 

이는 경기도가 자체 전수조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시민감사관'을 참여시킨 것과도 비교된다. 시민감사관에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조사범위에서 빠져

조사범위도 제한적이었다. 대전시는 조사 범위를 구봉·평촌·연축·계백·갑천지구 등 도시개발 지구와 도안 2-1·2·3·5지구 등 택지개발 지구, 안산·신동둔곡·탑립전민 산업단지 지구 등 12곳을 비롯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1천㎡ 이상 밭·논·산 소유 여부 등 총 20개 지역, 2만여 필지로 한정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 지역은 조사범위에서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 시내 추진 중인 재개발(48곳), 재건축(32곳), 주거환경개선지구(12곳)는 모두 90곳에 이른다.

대전시 관계자는 조사범위와 관련 "합동조사단에 포함된 시청 내 개발사업부서의 의견을 주로 들었다"고 밝혔다. 조사범위까지 내부 직원에게 의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사업,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에 대해서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관련 자료가 넘어간 상태로 별도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조사에서 대상 지역 부동산을 보유한 공무원이 모두 19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9명의 소속 기관은 시 본청 4명, 소방본부 3명, 중구 2명, 서구 5명, 유성구 4명, 도시공사 1명이다.

이중 수사·내사 중인 공무원은 시 1명, 자치구 1명 등 2명이다. 이중 한 명은 이미 해당 자치구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조치했던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정의당 대전시당이 제보한 차명 투기 의혹 관련 인물이다.

나머지 17명은 모두 내부 종결 처리됐다. 이들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부동산을 취득한 인물은 5명(13필지)이었고, 도안지구·산업단지 등 개발지구 내 취득이 12명(13필지)이었다. 1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남긴 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대전시는 "대부분 토지담보대출, 신용대출, 가족 간 증여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금융거래내역은 전부 소명됐고,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민조사단 "유성구 국방산단지구에서만 쪼개기 수십 건"

시민단체도 의문을 나타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정의당 대전시당이 연대한 '대전시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시 시민조사단'(이하 시민조사단)은 유성구 안산첨단국방산단 지구에서만 차명 거래·토지 쪼개기 사례 수십건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조사단은 다음 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조사단의 발표 결과에 따라 대전시의 빈손 조사 결과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서철모 조사단장(대전시 행정부시장)은 1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 감사위원회보다 역량이 더 뛰어난 수사기관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대전경찰청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조사단 관계자는 "조사 대상, 조사 범위, 조사 주체까지 모든 게 맹탕이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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