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가 몰려온다]'저녁 있는 삶' 아닌 '두번 출근하는 삶'에 놓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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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있으면서 부업을 하는 가령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이른바 'N잡러'의 급증은 그만큼 본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생계형 N잡러 증가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 가팔라진 상태다.
생계형 N잡러 증가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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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이후 소득 줄어
2019년 비정규직 20.6% 늘어
직장인 84.1% "투잡 의향"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본업이 있으면서 부업을 하는 가령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이른바 ‘N잡러’의 급증은 그만큼 본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생계형 N잡러 증가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 가팔라진 상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N잡러 증가 원인에 대해 "메인 잡(일자리)을 통해 번 돈으로는 생활이 안되니 투잡·스리잡을 뛰는 것"이라며 "국민소득 증대로 기대하는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비정규직 소득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운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의 소득격차가 크다보니 이를 메꾸기 위한 현상"이라며 "청년층의 최근 N잡 증가는 소득의 불안정성 확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84.1%가 ‘투잡 의향’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로 ‘추가 수입’을 꼽았다. 특히 20대는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86.5%가 추가 일자리를 원했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소득계층일수록 N잡러가 될 확률이 높은 셈이다.
노동연구원이 올 2월 발간한 ‘2020 청년층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청년 N잡러가 늘어난 이유는 여실히 드러난다. 15~29세의 정규직 수는 2009년 244만3000명에서 2019년 223만6000명으로 8.5%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 수는 125만5000명에서 151만3000명으로 20.6%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의 월평균 급여는 155만4000원에서 229만5000원으로 47.7% 급증했지만 비정규직은 119만3000원에서 140만6000원으로 1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년 간(2009년 대비 2019년)의 소비자물가상승률(18.5%)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년 비정규직이 더 늘어난 셈이다.
N잡러 증가에는 주 52시간제 등 고용 제도 변화도 크게 한 몫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주 52시간제에 따라 근로시간이 제한돼 초과수당을 받지 못하는 중소업체 근로자는 월급이 줄게 됐다"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이 제도 도입 때부터 우려했던 ‘일을 두 개 해야 하는 삶’이 됐다. 이들에게 N잡은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 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근로자가 1주일에 5일 연속,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수당을 더 줘야 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점주들은 관행처럼 ‘알바 쪼개기’를 하고 있어서다. 가령 하루 8시간 알바생이 필요한 경우 2~3시간씩 쪼개 여러 명의 구직자를 채용하는 식이다. 수입 감소를 원치 않는 알바생 입장에선 2~3곳을 옮아다니며 알바를 뛰어야 한다.
생계형 N잡러 증가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종에 많이 종사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도 코로나19에 따른 청년층 소득 불안정이 더 컸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 N잡러가 늘어난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우리 고용시장의 장기적인 트렌드가 된 건지, 충격에 따른 단기적 현상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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