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진상규명 해달라" 세월호 참사 7주기..마르지 않는 눈물

이주미 2021. 4.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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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시민들 발길
유족 "진상 규명 약속 지켜 달라"
시민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문재인 대통령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7주기 전날, 추모하는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그날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는 전날(15일)부터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고, 무엇보다 유족들이 수년째 외치고 있는 이 사고에 대한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강조했다.

현재 광화문 광장은 재구조화 공사로 인해 가림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기억공간' 역시 벽에 가려져 있어 탁 트인 광장에서 눈에 띄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7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희생자 유족인 단원고 학생 어머니들도 안산에서 광화문으로 올라와 자리를 지켰다. 7년 전 생때같은 아이를 하루아침에 잃은 한 엄마는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이름이 적힌 외벽을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7년 동안 진실을 밝혀 달라 외쳐온 엄마들은 이날도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 추모공간에 모여있는 모습.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고(故) 곽수인 학생 어머니 김명임(59)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위해 힘쓰겠다 하신 약속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며 "내년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그 전에 (진상 규명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김 씨는 "어떤 진실일지 몰라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알게 된 후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처벌받을 사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받고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면서 "누구도 우리처럼 뼈를 깎는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다신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시민들도 추모를 통해 유족들과 아픔을 나눴다. 매해 추모공간을 방문해왔다는 이 모씨(43)는 "4월16일이 다가오면 항상 그날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의 조카가 희생자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며 "진상 규명을 통해 유족뿐만 아니라 생존자들도 편안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연출가 박 모씨(39)는 "사고 당시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며 "참사 전에는 나와 내 주변의 일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그동안 사회에 무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도 사회 문제를 많이 담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는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 전날(15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일각에서 나오는 '세월호 타령 지겹다'라는 의견에 반박하는 시민도 있었다. 50대 정 모씨는 "(그런 말들은) 유족들에게 너무 폭력이라 생각한다. 7년 동안 유족들이 얼마나 답답했겠나"라며 "진실 규명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일단 규명 과정까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유족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촉구가 7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가운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2018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진상 규명 활동을 이어왔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참사 당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이 지난 2월 모두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책임자 처벌 요구도 길을 잃은 모양새다.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특검 후보 임명 요청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특검은 세월호 내 폐쇄회로(CC)TV 조작 여부와 해군·해경의 세월호 영상녹화장치(DVR) 수거 과정 등에 대해 최대 90일간 수사를 할 예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추모 메시지를 전하며 진상 규명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이라며 "지난해 국회에서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이 통과돼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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