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늦는데..미세하게 나아진 정부 경기 진단

김기환 2021. 4.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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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대한 정부의 공식 진단이 미세하게 나아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는 만큼,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ㆍ제조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하고, 고용이 증가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한 달 전 3월호에서 “고용 감소 폭이 축소했으나, 내수 부진이 지속했다”고 진단한 데서 다소 나아졌다. 매달 나오는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생산ㆍ투자 지표가 나아지긴 했다. 지난 2월 산업 생산이 한 달 전보다 2.1% 늘었다. 월간 증가 폭으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 대비 4.3% 증가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7.2%)와 화학제품(7.9%)이 주도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4%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7월(77.7%) 이후 6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같은 기간 1.1% 증가하며 마이너스 흐름에서 벗어났다.

지난 2월 전체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8% 줄었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33.5%)ㆍ대형마트(12.9%) 등 소매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슈퍼마켓ㆍ잡화점(-1.4%)과 편의점(-1.9%)에선 판매가 줄었다. 집 근처에서 간단히 사지 않고 백화점ㆍ대형마트를 직접 찾아 구매하는 ‘보상 소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같은 기간 0.3포인트,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각각 올라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취업자 13개월 만에 증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무엇보다 정부가 기대감을 드러낸 근거는 고용 지표다. 지난달 취업자가 2692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고용률은 59.8%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일을 할 수 없거나, 일할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는 5만4000명 줄었다.

3월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세 등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5% 올랐다. 전달(1.1% 상승)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같은 달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달 대비 0.74% 올라 전달(0.89%)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정부는 백신 보급과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경제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고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점은 위험 요소로 봤다.

국내 백신 보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평가ㆍ대응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낙관적으로 평가한 고용 지표는 1년 전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기준 시점에 따라 비교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영향이 크다. 그나마 ‘경제 허리’인 30ㆍ40대 일자리는 줄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는 나아지겠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 착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 경기 회복 수준을 비교해야 한다”며 “경제주체 심리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정부 기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경기 인식은 한발 늦은 정책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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