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과문..내고도 비난 받는 이유

서지영 2021. 4.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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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발표에 국민 혼란과 피해 크다는 지적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전경과 불가리스 제품 컷.

남양유업이 자사 유산균 음료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면역 효과 발표 3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힌지 하루 만에 나온 사과다.

남양유업은 16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와 관련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다. 이 사과문에서 남양유업은 "심포지엄 과정에서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 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의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는 불가리스의 인플루엔자 H1N1 99.999% 저감 및 충남대 수의학과 보건연구실에선 코로나 COVID-19 77.78% 저감 연구결과가 있었다"며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9일 불가리스에서 코로나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30여개 언론사에 배포했다. 또 13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이슈를 키웠다.

남양유업은 발표에 따른 이익도 봤다. 심포지엄 당일인 지난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7%(3만원)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거래에서 10% 더 상승해 4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에서는 불가리스가 동났다. 남양유업 주가는 14일에도 요동쳤다.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전 거래일 대비 28.6%(10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전경과 불가리스 제품 컷.

하지만 남양유업이 발표한 연구 내용은 원숭이 폐 세포에 불가리스를 붓는 방식으로 진행된 결과로, 사람에게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도 뿔이 났다. 식약처는 15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하고 영업 정지 2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측은 브리핑에서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해당 연구원이 제시한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례적으로 반박했다.

대중의 반응은 냉랭하다. 남양유업의 사과문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코로나19 면역 효과 발표 후 제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A씨는 "원래 유산균을 생각해 먹던 제품인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더 샀다. 카카오톡 등 SNS에서도 불가리스가 효과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균은 원래 대장 건강에 좋고 면역력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제품인데 왜 무리해서 코로나19까지 끌여다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온라인 주식 토론방도 남양유업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하다. '만병통치약 불가리스', '거래정지 조심하라', '창피하다'는 비난과 우려섞인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건사고의 중심에 선 남양유업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아이디 gmrc****은 '주가 조작해서 득본 사람들 찾으라'는 제목의 글에서 "회사 관련된 사람이면 진짜 상폐해야함.적자회사에 갑질, 마약, 주가조작까지. 윤리적,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 있음"이라고 일갈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개인투자자는 남양유업 보통주와 남양유업우(우선주) 등 총 54억 2000만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남양유업은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하였으나, 인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금번 세포실험 단계 성과를 토대로 동물 및 임상시험 등을 통해 발효유에 대한 효능과 가치를 확인해 나가며, 앞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 연구 및 개발에 노력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 피해는 이미 너무 컸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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