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앓고 난 뒤 암이 사라졌다?
영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혈액암이 깨끗이 나았다는 한 남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려 11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아무런 항암치료도 받지 않았다. 놀랍게도 4개월 후 검사에서 그의 암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례를 발표한 의료진은 코로나19가 '항종양 면역반응'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근거가 부족해 인과관계를 확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걸렸더니… '혈액암' 사라졌다
최근 영국혈액학회지에 61세 혈액암 환자의 이례적인 완치 사례가 게재됐다. 그는 영국 왕립 퀀월 병원에서 드문 혈액암 중 하나인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까지 감염됐다. 이미 합병증으로 말기 콩팥병을 앓고 있는 등 취약한 상태였던 그는 폐렴 합병증으로 입원해 11일간 치료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나 면역화학요법 등은 쓰이지 않았다. 4개월 후, 다시 암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CT 촬영을 했더니 그의 암은 사라져 있었다. 사례를 보고한 사라 챌린저 박사는 "우리 몸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감염과 싸우는 T세포를 대규모로 방출한다"며 "T세포가 암세포 또한 적으로 인식해 공격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호지킨 림프종보다 더 흔한 유형의 혈액암인 '비호지킨 림프종'을 앓고 있던 20세 남성이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암이 사라졌다. 그는 코로나19에 걸리기 전 항암치료를 위해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였다. 밀라노에서도 61세 남성의 유사한 사례가 '또'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관해(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현상은 주로 고형암이 아닌 혈액암에 집중됐다. 보통 관해 상태가 5년 이상 지속해야 '완치됐다'고 보는데, 아직 이들이 완치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는 "(감염이 혈액암을 치료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한두 명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림프종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에 관한 자세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호지킨 림프종은 발생 자체도 드물지만, 아무런 치료 없이 저절로 없어지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미생물로 암 '예방'까지? 일부러 걸리는 것은 위험
암 환자들에겐 감염이 마법같이 암을 낫게 해준다는 소식에 반가웠을 터. 이번 사례는 단지 우연에 불과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세균이나 미생물이 인체로 침투하면 면역체계를 자극한다는 특수성을 이용해 암을 낫게 하고자 하는 연구는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발상은 무려 19세기부터 시작됐다. 1893년 미국의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는 치료하던 환자가 세균에 감염된 후 암에서 치료된 것을 보고 세균혼합물을 암 환자에게 주입해 치료하려 했다. 이후 학자들은 이를 '콜리의 독(Coley’s toxin)'이라 부르며 현대 면역치료의 효시로 평가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맞고 암에서 회복된 사례도 존재한다.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접종을 한 후 피부암이 사라졌거나, 천연두 예방접종을 한 후 백혈병이 치료된 환자의 사례 등이다. 학계에선 이미 면역체계가 지닌 놀라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엄기성 교수는 "면역체계를 이용한 암의 치료와 더불어 '예방적 치료(therapeutic vaccine)'의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입증돼 있다"며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백신 연구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암을 낫게 하겠다며 일부러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엄기성 교수는 "암은 그 자체로 면역력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항암치료 등을 거치면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며 "감염으로 면역체계가 자극돼 암세포를 공격할 확률은 지극히 낮으므로,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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