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임 열흘..재건축 단지가 들썩이는 복합적 이유는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 취임 효과와 함께 실제로 확인된 높은 실거래가, 그리고 재건축 관련 법안 개정 전 속도감 있게 관련 사업을 밀어부치는 재건축 조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2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0.3으로, 지난주(96.1)보다 4.2포인트 올라가며 기준선(100)을 넘겼다. 매매수급 지수는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강남권과 서남권, 도심권을 중심으로 들썩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압구정 등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은 이번 주 매매수급 지수가 102.2로, 지난주(97.2)보다 5.0포인트 오르며 매수심리가 살아났다. 목동과 여의도가 있는 서남권이 95.9에서 101.1로 5.0포인트 올랐고, 용산·종로·중구가 속한 도심권 역시 2.7포인트(98.0→100.7) 올라 역시 모두 한 주 만에 100 위로 복귀했다. 부동산원 측은 재보궐 선거 이후 압구정 등 강남 지역과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들어가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분석한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35층 층수 제한을 비롯해 민간 재건축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과거 재임시절에는 압구정과 성수 등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재건축·재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과거 이력이나 공약만 생각하기에는 현실적 재임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치솟는 재건축 시장 호가는 현실적인 임기와 별개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오세훈 시장 효과와 함께 재건축 시장이 주목 받을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또 실제 최근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가 높은 실거래가에 거래됐다. 그러면서 재건축 시장이 더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 연구원은 압구정 현대 등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에 대해 덧붙였다.
지난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조합 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 현대2차 전용면적 160.29㎡는 지난 5일 54억3000만원(8층)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7일 42억5000만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약 4개월 만에 11억8천만원 오른 신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일부 아파트 단지 조합의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도 가격을 들쑤셔놓는 분위기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에선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신축 입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관련 규제가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마련했다. 그러자 압구정 일대가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집값도 올라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압구정4구역과 5구역은 지난 2월 조합 설립을 마쳤고, 3구역도 조만간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 연구원은 "연내 조합설립 신청을 마치면 실거주 의무가 없어서 법안 개정 전에 사업 속도를 높이는 단지들이 있다. 강북권에서는 상계주공 5단지 등이 신탁재건축인데 동의서도 78% 가량 받은 것으로 안다"며 "소유자들에게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작용하는 요인 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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