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환 감독 "청소년의 방황, 사회·어른 탓만 하고 싶지 않아"

류지윤 2021. 4. 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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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박화영'으로 가출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비행과 불편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이환 감독이 3년 만에 '박화영' 스핀오프 버전인 '어른들은 몰라요'로 돌아왔다.

'박화영' 때 만난 관객의 영향을 받아 쓰게 된 작품이다."'박화영' 때 GV를 100번 넘게 했어요. 하루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GV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여자 관객 두 분이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었어요. '박화영'을 자신이 돌보는 학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또 그 선생님들 역시 학창시절에 흔들린 시간을 보냈었고요. 10대 영화를 한 번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잠깐 고민하다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2년 전 낙태 찬반 논란이 뜨거울 때 10대 청소년의 낙태 이야기를 만들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박화영' 때 세진의 퇴장 때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어요."'박화영' 때 이유미의 연기에 만족했던 이환 감독에게, '어른들은 몰라요'의 이유미 캐스팅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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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박화영'으로 감독 데뷔

2018년 '박화영'으로 가출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비행과 불편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이환 감독이 3년 만에 '박화영' 스핀오프 버전인 '어른들은 몰라요'로 돌아왔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서 세진은 '박화영'에서 등장했던 캐릭터고, 당시 연기했던 이유미가 이번에도 세진 역을 맡았다.


이환 감독은 '박화영'보다 보편적인 10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어른들은 몰라요'가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학교 폭력에서 시작해 사제 연애, 가출, 임신, 미성년자 유흥업소 근무, 마약, 대리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담아냈다.


'어른들은 몰라요'의 출발은 이환 감독 스스로의 결정은 아니었다. '박화영' 때 만난 관객의 영향을 받아 쓰게 된 작품이다.


"'박화영' 때 GV를 100번 넘게 했어요. 하루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GV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여자 관객 두 분이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었어요. '박화영'을 자신이 돌보는 학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또 그 선생님들 역시 학창시절에 흔들린 시간을 보냈었고요. 10대 영화를 한 번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잠깐 고민하다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2년 전 낙태 찬반 논란이 뜨거울 때 10대 청소년의 낙태 이야기를 만들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박화영' 때 세진의 퇴장 때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어요."


'박화영' 때 이유미의 연기에 만족했던 이환 감독에게, '어른들은 몰라요'의 이유미 캐스팅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유미의 연기를 조금 더 곁에서 보고 싶었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이성적인 호감이 아닌 인간적인 호감이 생기면 궁금해하고 상상을 하기 시작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유미는 궁금함이 앞섰어요. 또 유미가 한시간 반 동안 관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보고싶었고요."


이환 감독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소화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세진 주영과 함께 낙태 프로젝트에 뛰어든 스무살의 재필을 연기했다. 머리를 민트색으로 염색하고 코까지 뚫으며 거리에서 방황하는 청년의 모습을 닮으려 했다. 파격적으로 변한 모습이라 스크린에서 그를 알아보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연기가 가능한 감독으로서 장점을 물었다.


"이번 목표는 배우들과 감정과 정서를 함께 협업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로 참여하게 된거죠. 그것이 또 하나의 연출로서 디렉션이 아닐까 싶어요. 재밌었고 배우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좋았어요. 하지만 체력저하로 고생 좀 했죠.(웃음)"


이유미, 안희연은 촬영 전 이환 감독이 진행하는 워크샵 시스템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라고 칭찬했다.


"워크샵은 감정의 폭을 크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면 현장에서 보다 손쉽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워크샵을 통해 서로 간의 믿음과 자신감이 생기죠. 현장에서 저는 디렉션을 준다기보단 배우가 연기하는걸 방해하지 않는 정도입니다. 이미 워크샵을 통해 그 친구가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으니까요. 현장에선 주로 온전히 해낼 수 있게 기다려주죠."


영화는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말투와 욕설, 은어, 그리고 그들이 실제 고민할 법한 이야기와 범죄로 빠지게 되는 과정까지 현실적으로 담았다. 이는 '박화영' 때 가출 청소년들을 실제 인터뷰, 취재했던 경험과 자신의 10대 시절을 참고했다.


"'박화영' 때 10대 인터뷰 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했어요. 그리고 제가 강북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동네에 들렸던 무성한 소문들도 참고 했어요. 저는 시대가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는 다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겪었던 10대는 아버지도 겪었고, 앞으로 10대를 맞이한 친구들도 겪게될테니까요. 모양만 달라졌을 뿐 어느 시대나 폭력, 왕따는 존재했어요. 그런걸 지칭하는 새로운 단어들이 생기니까 확대돼 보일 뿐 결은 같다고 봐요."


영화 초반, 길게 등장하진 않지만 세진을 괴롭히고 뒤에서는 묘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은정이 상징하는 것들이 궁금했다.


"세진일 가진 위협하는 존재는 사실 은정이죠. 임신 시킨 상섭은 미성숙한 어른으로 세진에게 정서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못해요. 은정은 세진과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전 은정이 폭력적인 남친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세진을 몰아부치려면 광섭과의 관계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세진이 가출할 만한 학교와 가정에서 끊어져버리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게 은정이었어요."


''어른들은 몰라요'에는 다양한 어른이 등장한다. 책임감 없는 어른, 이익을 위해 청소년을 조종하는 어른, 좋은 얼굴을 하고 청소년을 안좋은 길로 안내하는 어른 등, 세진과 주영이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진과 주영이 방황하는 이유를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이라고 정당화하지 않는다.


"어른들과 사회의 무관심도 물론 잘못이죠.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이 남탓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자신들이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물이니까요. 세진은 불쌍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고 자기파멸적이죠. 그게 다 공존하는 인물이에요. 불쾌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관객들이 불쾌하다고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니까요."


이환 감독은 영화를 관람한 후 극장을 나설 때 마음 속에 무언갈 하나씩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는 저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 뿐이고, 관객 여러분이 보면서 해석이나 생각이 더해지면 또 다른 영화가 될거라고 봐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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