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삭제 카톡엔.. "미쳤나, 안 쳐먹네, 졸빡침"

권남영 2021. 4. 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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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정인이 양모 장씨. 왼쪽은 입양 전 정인이의 밝은 모습.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정인이 양모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양모가 일부 지우기까지 한 부부 간 카카오톡 대화에 담긴 ‘고의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명령 30년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준수사항으로 아동관련기관에서 종사하지 말 것과 5년의 보호관찰 명령을 내릴 것도 요청했다.

장씨의 남편 A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과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아동관련 취업제한명령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날 구형 전 장씨와 A씨를 상대로 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장씨에게는 ‘살인 고의’를, A씨에게는 ‘학대 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장씨의 고의성을 인정했고, A씨도 학대 행위를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같은 확신을 굳힌 데에는 둘 사이 오고 가거나, 장씨가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인이가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4일과 그 이튿날인 15일 장씨가 보낸 카카오톡을 제시했다.

정인이가 사망한 직후 장씨는 지인에게 “혹시 다른 일 없으면 놀 수 있을까요”라는 연락을 받고, “괜찮다(승낙의 의미)”고 답했다. 이어 “놀이터 가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같은 날 근처에 사는 지인들과 어묵을 공동구매하자는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이가 사망한지 모르는 지인이 TV에 출연한 장씨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자, 장씨는 “결혼해라” “적당히 살아도 된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 날에는 동생에게 카카오톡으로 아버지 계좌를 물었고, 생일선물로 돈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검찰은 “장씨의 성격적 특성을 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면서 “죄책감, 피해자를 잃은 고통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 (장씨의) 성격적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무시하고 사망의 결과까지 용인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해서도 장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토대로 학대 행위가 있었음을 인지했을 것으로 봤다.

검찰은 장씨가 A씨에게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다. 대신 오늘 폭력 안 썼다”(지난해 3월 6일) “애가 미쳤나봄. 지금도 안 쳐먹네”(지난해 9월 15일) “내가 밥 준다고 할 때까지 얘 굶는다”(지난해 8월 21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장씨는 지난해 9월 4일 정인이로 추정되는 아이가 소파에 녹즙을 흘렸다며 A씨에게 “환장한다 진짜. 녹즙, 소파에서 쳐 마시다가 쳐 흘려서 사이로 다 들어가서 졸빡침(화남)” “강하게 화를 내고, 목이 아플 정도로 너무 소리쳐서 때리는 건 참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때리는 건 참았다’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일상적 폭행이 행해졌다는 것”이라며 “A씨도 이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여기에 대해 A씨는 당시 녹즙을 흘린 아이를 친딸인 큰딸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지난해 9월 23일 3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 210건을 삭제했고, 지난해 10월 17일 정인이 사망 이후 압수수색 당일 오전에는 204건을 삭제했다.

검찰이 삭제된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복원해 증거로 제출하면서, 부부 간 또는 장씨와 지인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는 선고 때도 장씨와 A씨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변호인 측은 검찰이 장씨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부정적으로 묘사된 특정 대화만 증거로 제출했다면서, 정인이에 대한 긍정적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A씨도 신문 과정에서 해당 메시지에 대해 ‘회사에서 일하며 대충 받고 답한 메시지들’이라거나 ‘부부끼리 편하게 나눈 대화’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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