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또 온다.. 한국과 22개국이 선택한 새로운 길 [한소정의 이슈s]

한소정 2021. 4. 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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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정의 이슈s] 팬데믹 대응 국제조약에 대한 기대와 우려

[한소정 기자]

지난 3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영국, 인도네시아, 칠레, 남아공, 케냐 등 23개국 정상은 "앞으로 올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조약을 마련하는 등 국제보건체계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발의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Tedros Ghebreyesus) 사무총장과 유럽연합(EU) 샤를 미셸(Charles Michel) 상임의장도 참여했다. 유럽연합이 제안한 것을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연합 등이 지지하면서 성사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어떤 정부나 기구 단독으로 보건 위기에 대처할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가 미래의 팬데믹을 함께 예측, 예방, 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국제조약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경보체계, 데이터 공유,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기 등의 지역 및 글로벌 생산과 배분에 있어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외관. 2020.1.22
ⓒ 연합뉴스
 
펜데믹 국제조약에 필요한 4가지

이와 관련,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세계는 팬데믹 국제조약 이전에 코로나19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제목의 4월 6일자 기사를 통해 이 국제조약에 필요한 4가지를 강조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 세계 지도자들과 재무부 장관들, 세계 경제 기구들의 책임자들은 조약 없이도 잘 조율해 위기를 극복했다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초국가적 대응이 실패한 것은 국제조약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될 국제조약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전 세계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중요한데, 최근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긴장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두 번째는 국제조약을 만드는 일에 연구자, 전문가, 비정부기구가 능동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도 의사, 전염병 전문가, 유전학자, 공중보건 전문가, 바이러스학자 등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와 비정부기구의 참여를 높이는 것은 팬데믹을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공중 보건과 방역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게 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이번의 새로운 조약 협의에 앞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협의안들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가입국들 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중앙 집권적으로 통제했음에도 일부 국가에서 자국의 백신 공급을 위해 합의를 위반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코백스의 경우도 백신이 절실히 필요한 나라의 취약 계층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해 사실상 국제조약의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자금을 기부한 나라들이 정작 자국의 백신을 확보하느라 백신 제공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항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새로 만들어지는 조약이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집행된다면, 어느 정도의 권한을 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에서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로 1년여 간 끊임없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왔지만 그 조언을 따라 성공적으로 방역한 나라들은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 AFP=연합뉴스
 
세계 팬데믹 경보체계는 왜 실패했나

팬데믹이 병원체에 대한 '전 세계의 공동 전쟁'인 만큼 효과적인 방역 대응을 위해 각국을 조율하는 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팬데믹 시작 이래로 계속 있어왔다.

2020년 4월 24일 <사이언스>지 에디토리얼 "왜 세계보건기구인가?"는 "바이러스는 국경이나 행정단위에 개의치 않지만 세계의 여러 지도자들이 세계의 문제가 아닌 자국 내의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중국에 대한 정치적 긴장감을 키우고 있던 미국 측을 의식해 "중국 당국이 바이러스 전파 초기 대응에 실패한 책임이 크지만, 중국과 중국 전문가 협조 없이는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세계보건기구 연간 예산은 25억 달러가 채 안 되는 규모로, 미국 대도시의 큰 의학연구소 하나 수준이라는 점도 이야기했다. 그에 비해, 기구는 전 세계의 보건, 위생 환경의 개선을 위한 활동과 말라리아와 홍역, 소아마비 등의 전염병의 퇴치를 위한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에볼라,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등 새로운 전염병이 생길 때마다 팬데믹 관리를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소통한다. 수십 퍼센트의 치명률로 20세기 이상 인류를 괴롭혔던 천연두를 1980년 근절시킨 것도 세계보건기구의 큰 업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세계 팬데믹 경보체계는 코로나19 대응에 어째서 실패했나?"는 제목의 올해 1월 23일 자 <네이처>지 기사도 같은 논지의 이야기를 했다. 많은 이들이 세계보건기구의 비상사태 선포가 일주일 더 빨랐어야 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비상 선포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를 무시했다고 말한다. 2020년 1월 30일 비상선포 이후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추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나라는 몇 없었다. 이후, 3월 중순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보건체계가 마비되는 수준의 위기를 경험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초동 대응이 늦었던 점은 세계적으로 혼란을 낮았고, 소통 방식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세계보건기구의 관료주의나 기구 내 전문가들이 충분히 유치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들이 불거지기도 했다. 

<네이처>지의 같은 기사는 익명의 전 미국 정부 관료의 말을 빌려 비상사태 선포까지의 결정 과정을 짧고 효과적으로 할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비공식적인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새로 등장한 병원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위험이 감지되는 대로 결정 과정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 단계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험에 따라 방역의 단계를 나눠 대응하듯이 비상사태 선포도 기구에서 인식하는 위험의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소통한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보건기구에 어긋난 방역을 하는 나라에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트럼프 시절 미국이 지원금을 끊기로 하면서 빚어졌던 위기상황에서 나타났듯 세계보건기구의 예산이 각 나라의 지원금에만 의존된다는 한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가 더 크고 안정적인 규모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이 바이러스들이 세계 곳곳으로 계속 퍼져가고 4차 파도가 예견되고 있는 지금, 진행 중인 팬데믹을 끝내는 데에도 세계 정부들의 협력과 조율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다음 팬데믹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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