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음란물을?" 초등생, 성인영상 시청 급증..디지털성범죄 우려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질 우려↑..피해자·가해자 10대 다수
전문가 "통제보다 성교육 통해 올바른 성의식 확립 도와야"
[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음란 영상을 시청하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올바른 성가치관의 정립 이전에 이 같은 일을 겪고 있어 디지털 성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10대들은 디지털과 친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무조건적인 통제가 아닌 적절한 교육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4~6학년 초등생의 33.8%가 최근 1년 동안 성인용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명 중 1명이 10대 초반인 청소년기에 유해한 영상을 시청한 셈이다. 특히 2018년 19.6%에서 2년 만에 14%p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초등생의 성인용 영상물 시청이 향후 디지털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초등생을 포함한 청소년의 약 41%가 성인용 영상을 접하는 경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터넷 실시간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였다. 이 경로들은 그간 과도하게 선정적인 콘텐츠에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유통되는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법' 대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아 일반 방송보다 심의 규정이 느슨하다. 이때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에 익숙한 초등생들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성인용 콘텐츠를 즐기다보면 그릇된 성인식이 확립될 위험이 있다. 초등생들이 왜곡된 성관념 하에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이유다.
이미 10대는 디지털 성범죄의 주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경찰이 특정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10대 피해자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피해자 10명 중 6명은 10대 청소년이었던 셈이다.
같은 해 7월에는 30대 전직 영어 강사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청소년 44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 총 1293개를 제작하고 88개를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 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생(12세)도 있는데다 일부 피해자에게 성매매까지 알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주목할 점은 10대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로도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해 특수본이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3575명을 검거한 결과 10대가 30%에 달했다. 대대적인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로 사회에 충격을 줬던 이른바 'n번방 사건'의 주범 중 '태평양' A군도 16세였다. 범행 당시 15세였던 A군은 지난 1월 소년범에게 부과되는 부정기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10대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자리 잡은 현실에는 올바른 성관념이 확립되기 어린 나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온라인을 통해 행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인터넷에 친숙한 10대가 범죄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될 위험도 크지만, 바른 성인식 하에 범죄를 대처하고 예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칫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성인용 영상물을 향한 10대의 관심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무조건 제재하기보다 성교육을 통해 건강한 성의식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대의 성적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제어하기보다 적극적인 성교육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제재를 피해 다른 방식으로 성인용 영상물을 시청하는 풍선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보고서(2018)에서 조영주 연구원은 "성을 문제나 금기, 위험으로만 다루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험과 실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오히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함으로써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과 관점, 실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도 통제보다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덕임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 팀장은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는 이미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제어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성교육을 통해 바른 성의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아동·청소년기에 성적 궁금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성을 부끄럽거나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인식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하기에 선정적인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이 외려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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