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뜯고 난리"..금융공기업 '군복무 승진우대 폐지' 논란

"군 가산점 해묵은 갈등".. 기재부 권고에 수출입은행 폐지 검토
기업은행·신보 군 경력 보지 않아..예보, 근무평가 우선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군 복무 승진우대 폐지’가 금융공공기관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정부가 권고한 사항이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업계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수원이 쏘아올린 공

한국수력원자력이 15일 승진심사 때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이 승진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이는 기획재정부 권고 사항이다. 기재부는 지난 1월 ‘승진 심사 시 군 경력을 인정하지 말라’는 공문을 산하 기관에 보냈다. 호봉에서 군 복무기간을 인정하는데, 승진심사 때 또 반영하면 이중 혜택이라는 노동부 행정해석을 수용한 것이다.

공문은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면 남녀고용평등법을 어길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필요 시 정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좌불안석…수출입銀 “검토 중”

금융권은 좌불안석이다. 승진과정에서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는 관행이 금융권에 일부 남아있다.

한 예로 수출입은행은 군 경력을 실 근무기간으로 인정한다. 호봉은 승진에도 연동된다. 수은 초기 직급은 ‘G3’다. 군필자가 G3에서 다음 직급(G3책임)으로 승진하는 속도가 미필자보다 빠르다.

수은은 정부 지침에 따라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기존 입사자에게 일률 적용하는 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지침을 이행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른 기관은 어떨까. 호봉을 인정하긴 해도 승진심사 때 군 경력을 적용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기업은행은 승진심사 때 군 경력을 보지 않는다. 신용보증기금도 승진 자격 요건에 군 경력을 넣지 않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근무평가를 더 우선한다. 군 경력이 승진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다.

군 복무 승진 연한 반영은 민감한 사안이다. 직장인 커뮤니티는 이 내용으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은 승진이 늦어진다며 폐지를 반대하고 있고, 여성은 호봉만 인정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맞서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군 가산점은 해묵은 갈등”이라며 “블라인드에 물어뜯고 난리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직원 정서도 있어서 타임라인을 정하진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제도를 없애려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하라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군 복무 끝나고 취업이 2년 밀려서 같은 나이라면 직급이 더 낮을텐데 그나마 보상해주던걸 이런식으로 없애버리네, 이러니 갈수록 군대 안가려고 하지”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그럼 2년간 노예생활에 대해서 최저시급을 보장해줘라”고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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