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사장님, 모십니다" 1000만 네이버의 오프라인 야심

정원엽 2021.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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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글레이스 이건수 대표가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회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04.06 김상선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5년 전 '온라인' 중소사업자(SME) 1만명을 육성하겠다는 '꽃' 프로젝트를 내놨을 때만 해도 몰랐다. 그때 뿌린 씨앗이 42만 스마트스토어로 이어지고 17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할 줄은.

올해 3월 네이버는 '꽃 2.0'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SME라는 키워드에 '오프라인'과 글로벌을 더했다. 이번엔 오프라인 가게들을 온라인과 연결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로 키우고, 이들의 세계 진출을 돕겠다는 청사진.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 글레이스는 꽃 2.0을 실행할 핵심 조직이다. 네이버 예약·지도 등 오프라인 관련 서비스를 총괄한다. 이건수 글레이스 대표를 지난 6일 만났다.


네이버의 오프라인 첨병
회사 이름 글레이스는 글로벌(Global)과 플레이스(Place), 두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 8곳 중 하나다. CIC를 거쳐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네이버웹툰·네이버파이낸셜처럼, 글레이스도 네이버의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이다.

Q : 글레이스는 아직 낯설다. 핵심 사업이 뭔가.
A : 네이버 검색에 이미 오랫동안 녹아든 서비스라, 사용자들이 우리 이름까지 기억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네이버 검색창, 지도, 그린닷(모바일 첫화면 하단 휠)에서 찾는 장소 관련 정보는 모두 글레이스가 맡고 있다. 식당 예약이나 주문도 담당한다. 하루 1000만명 이상이 글레이스 서비스를 사용한다.

Q : 한성숙 대표가 '꽃 2.0'을 발표하며 '스마트 플레이스'를 강조했는데.
A : 커머스 검색의 본질은 '사용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스마트스토어가 온라인 내 연결이라면, 스마트플레이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다. 맛집을 검색해 예약하고 가게를 방문한 뒤, 이용 후기를 쓰기까지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사용자 경험이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 스마트스토어의 성공 방정식을 스마트플레이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Q : 규모가 작은 오프라인 중소사업자가 중요한 이유는.
A :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사업자는 국내 약 500만명이다. 이들 중 스마트플레이스로 가게 정보를 관리하는 사장님은 200만명 쯤이다. 남은 300만명 이상은 여전히 '오프라인 온리'로 남아 있다. 음식점업의 경우 연매출이 100조~120조원 가량 되는데, 배달앱 등 온라인 거래를 활용한 매출은 15~20%밖에 안된다. 오프라인에 남아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꽤 크다.

이건수 대표 약력. 사진 김상선


"동네식당도 데이터 경영 필요하다"

Q : 동네 사장님이 스마트플레이스를 쓰면 뭐가 좋아지나.
A : 오프라인 가게가 처한 여건은 천차만별이다. 작은 매장에선 손님이 너무 많아도 힘들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효율화다. 예약·주문 시스템이나 AI콜 등 도구를 활용하면 메뉴 개선 등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다. 방문, 전화, 예약, 리뷰 등을 좀 더 세밀한 통계로 바라보면 동네 식당도 데이터 경영을 할 수 있다.

Q : 사장님들이 데이터를 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A : 네이버 통계 데이터를 120만 사장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물론 활용하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일부 있다. 6월까지 스마트플레이스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인데 더 자세하면서도 빅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개선할 예정이다.

Q : 네이버는 축적된 SME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
A :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는다. 특정 지하철역 인근 식당에서 무슨 요일에 어떤 메뉴가 잘 팔리는지 같은 걸 분석해 볼 수 있다. 최우선 순위는 사업주가 사업에 활용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이용자들의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된다. 향후엔 인공지능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빅데이터를 사용해 골목상권에 네이버가 직접 진출하는 일은 없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서 사업주들이 확인할 수 있는 통계지표의 일부. 네이버 제공


네이버에게 SME는 크리에이터다

Q : 네이버에게 SME란 뭔가.
A : 콘텐트를 만들어 주는 생산자다. 음식점을 예로 들면 간판, 메뉴, 인테리어, 음식 등 모든 것들을 사장님이 창조해 낸 거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그 콘텐트를 즐기고 평가한다. 속초의 만석닭강정은 전국에서 찾는 유명 콘텐트라 볼 수 있지 않겠나. 네이버는 더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게 도움되는 기술 도구를 제공하고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Q : 요즘 세대는 네이버보다 인스타그램으로 가게를 검색한다.
A : 인스타그램이 핫플레이스 검색에 특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지 중심이다 보니 실제 경험이나 후기를 담기엔 한계가 있다. 향후 스마트플레이스도 더 창의적으로 가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 등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네이버가 3분기까지 적용할 예정인 '태그 구름' 리뷰(가안). 네이버

Q : 최근 가게 리뷰를 별점에서 태그구름 형태로 개편한 이유는.
(※태그구름은 사용자들의 가게 평가(#)를 구름처럼 모아 보여주는 이미지)
A : 고급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식당이 똑같은 4.3점 별점을 기록하는 걸 보며, 리뷰가 획일화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다. 특히 악의적인 별점 테러나 왜곡된 리뷰로 피해를 보는 사장님들이 많아지면서 과연 별점 리뷰가 최선인지 고민했다. 대안으로 택한 게 태그구름이다. 올해 3분기까지 차근차근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Q : 소비자는 별점을 더 궁금해하지 않나. 태그구름이 해법일까.
A : 태그구름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택했다. 사용자들의 리뷰를 시각화해서 한눈에 보여준다. 가게의 특색이 키워드에 잘 반영되면 사용자들은 3초 안에 가게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가게를 잘 이해하는 데는 별점보다 태그구름이 더 유용하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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