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 끝나지 않은 재난 악몽

정동훈 2021.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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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월호 참사 7주기
생존 피해자·유족 피해 호소
국내법에 '안전권' 명시 논의
"안전사고로부터 생명·신체 등
보호받을 권리 명시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참사 이후 7년이 되면서 집보다 거리에서 보낸 날이 더 많다. 유가족의 건강은 망가졌고 사회적 관계가 거의 끊어졌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지만 사회는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하고 있다(세월호 참사 유족 윤경희씨)"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참사 이후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재난·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재난·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를 열었다. 이들은 피해 당사자나 유족, 지원단체가 작성한 참사 17건에 관한 236쪽짜리 증언집을 펴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벌어진 17건의 산재 참사가 대상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09년 용산 참사,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이 포함됐다.

◆끝나지 않은 재난 피해자·유족들의 고통=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모든 사회적 재난 참사의 경우 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늘 실패한다"며 "피해 당사자들이 그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아픔을 만들지 않는 법을 우리 사회가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에 거주하는 세월호 생존자들은 최근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따른 신청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배·보상을 받지 못했고, 배·보상금을 받은 뒤 나타난 병증도 구제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제주 세월호 생존자 24명은 사고 발생 이후 트라우마로 현재까지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국가는 치료비 외 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배상금과 위로 지원금 및 보상금의 지급신청을 시행 6개월 이내로 제한한 '세월호피해지원법'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이들은 "재난 후 발생한 트라우마에 대한 평가가 최소 2년 경과 후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의들의 의견을 정부에 알렸지만, 정부는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기간 내 신청하지 않은 배상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복된 재난, 법·제도 정비 어떻게 됐나=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산업 재해로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 등 반복되는 재난에 정치권에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국회에는 여전히 잠자는 재난안전법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11월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이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에는 안전사고로부터 생명·신체·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안전권'을 법률에 명시했다. 또 이를 보장할 국가 책임을 명문화하고 안전 약자에 대한 특별 보호와 피해자 지원의 원칙을 담았다. 그 외에도 안전사고에 대한 독립적인 기구에 의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보장,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시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와 평가체계 도입을 담고 있다.

안전권을 명시한 현행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시민사회에선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김용균재단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생명안전 시민넷'이 법안 제정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중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을 대표발의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생명안전기본법은 피해자에 초점 맞춰져 있다"면서 "참사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구제할 것인지와 피해자가 참사의 원인과 진상규명하고 권리회복 등을 담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법 개정 등도 남아있는 현안이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초 산업계의 반발 속에 원안과 다르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 과제로 꼽고 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유족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요구한 중대재해법에는 건설현장 발주처가 노동안전·보건에 책임이 있는 원청으로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오민애 변호사는 "부실한 감독, 불법 인허가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면 관련 공무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에 보완돼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마련 외에도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 향상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상승한 것 같지만 정작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될 때는 여전히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안전에 대해 경제적 비용을 투자할 확고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는 안전에 대한 비용 투자했을 때 세재지원이나 보험료 인하 등 동기를 부여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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