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의 봄은 하늘에서 따뜻하길" 7주기 세월호 추모의 물결

진창일 2021. 4.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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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주기 앞두고 선체 거치된 목포신항에 추모객 발길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찾은 추모객들이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 가족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픈데 어떻게 잊겠어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노부부가 한참 동안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다 꺼낸 말이다. 이날 세월호를 찾은 추모객들 모두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전남 나주에서 왔다는 노부부는 매년 목포에 올 때마다 목포신항에 남겨진 세월호 선체를 찾는다고 한다. 그들은 “자식이나 친척이 참변을 당하진 않았지만, 이곳을 찾는 일을 멈출 수 없다”며 “가족이 떠나간 듯한 아픈데…”라며 노란 리본이 묶인 울타리를 어루만졌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곳곳이 녹슬고 부서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는 붉게 녹슬고 철판도 곳곳이 찢겨 있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상처 입은 세월호 앞에 서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광주광역시에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추모객도 세월호 선체 앞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벌써 7주기인데도 녹슨 선체만 보면 마치 어제 일처럼 마음이 아프다”며 “추모식 당일인 16일은 방문하기 어려울 것 같아 오늘 찾았다”라고 말했다.


“하늘에서 맞은 25살 봄은 따뜻하길”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 울타리에 추모객들이 남긴 노란 리본과 국화꽃이 묶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선체는 2017년 인양돼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다. 이후 전국에서 찾은 추모객들이 희생자들을 위로하면서 울타리 곳곳에 추모의 글귀를 담은 노란 리본을 묶어 나갔다.

수년째 바닷바람을 견디며 점점 더 녹슬고 낡아가는 세월호 선체처럼 노란 리본들도 색이 바래고 글귀가 희미해졌다. 하지만 매년 이곳을 찾는 추모객들이 샛노란 리본을 매달면서 노란 물결을 채워가고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고픈 마음을 담은 글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에 찾은 추모객이 남긴 노란 리본에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려는 듯 “하늘에서 맞은 25살의 봄은 따뜻하길 바란다”는 글이 남겨 있었다.


진도 팽목항·광주에서도 추모 물결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선체.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7주기 당일인 16일에는 전남 목포와 진도, 광주광역시 등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추모 물결이 이어진다. 목포신항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목포역과 남악 중앙공원에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세월호 잊지 않기 캠페인’이 진행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진도 팽목항 세월호기억관 앞에서도 16일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추모식과 추모 공연이 열린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는 오는 17일까지 세월호 무인 분향소가 운영된다. 청소년 촛불모임과 세월호 광주시민모임 청소년·시민들이 앞장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기억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설치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6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를 출발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을 찾는다. 참사해역을 찾은 뒤에는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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