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그 말에..7년 전 등장한 '세월호 세대'가 외친 것

여성국 2021. 4. 16.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년 전의 사건은 하나의 ‘세대’를 만들었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큰 충격을 받고 감정이 출렁인 그들, 이른바 ‘세월호 세대’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생(97년생)과 비슷한 연령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2014년에 새로 만들어진 단어 중 하나로 이 단어를 발표했다.

세월호 세대의 애도는 누구보다 슬펐고 깊었다. 그들은 지금 세월호에 대해 또는 지금의 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월호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서울 신촌과 대학로 일대에서 세월호 세대(93년생~02년생) 16명(남8, 여8)에게 물었다. ‘세월호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 울타리에 추모객들이 남긴 노란 리본과 국화꽃이 묶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중앙일보가 준비한 노란 종이에 자신만의 답을 적었다. 악몽, 비극, 반성과 흉터, 현재진행형…. 세월호 세대는 여전히 가슴 속에 세월호를 품고 있었고, 그 기억이 헛되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비극, 악몽, 흉터”
대학생 조소희(21)씨는 “‘7년이 지났으니 이제 세월호 얘기는 그만해’란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면서 “세월호는 반복되어선 안 되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당시 대처가 미흡했고 진상규명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세월호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조소희, 정우석씨.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앞두고 비극을 지켜봤다는 임규리(19)씨는 세월호는 ‘참혹한 역사’라고 했다. 임씨는 “철없던 시절인 당시 수학여행이 취소돼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감정이입이 됐고 공포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97년생 정우석(24)씨는 “당시 수학여행이 취소됐고 같은 나이로서 ‘악몽’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학 신입생인 홍정민(19)씨는 세월호 사건을 ‘흉터’'라고 했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큰 상처가 남았고 바쁘게 잊고 살다가 흉터를 보면 상처가 떠오르듯 매년 4월이면 떠오르기 때문”이란다. 그는 “진상규명이 일차적으로 됐지만 밝히지 못한 부분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씨, 애잔함, 잊어선 안 되는…”

안다올씨, 권새라씨, 임규리씨, 이모씨(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대학생 이모(24)씨는 “세월호가 불씨가 되어 현 정권이 탄생했다. 촛불 집회 때도 세월호 얘기가 많이 나왔다”면서 “참사 당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변화의 불씨가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애잔함’이라는 이윤경(24)씨. 그는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안도하다가 다음 날 급식을 먹다가 오보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다”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나와 동갑이다. 대학에서 안산 출신 친구들을 만나서 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7년이 지났지만 현 정부도 흐지부지 마무리한 느낌이 든다. 세월호를 왜 자꾸 꺼내냐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다.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새라(93)씨는 “잊어선 안 되는 기억”이라고 했다. “세월호 언급이 반복되면 누군가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표현하는 건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지겹다고 말하는 거다. 과연 그럴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신의 계기, 현재진행형”

강현주·강채린씨, 조용준씨

대학원생 조용준(27)씨에게 세월호는 ‘불신의 계기’였다. 재수학원에서 처음 전원 구조 보도를 접한 뒤 집에 돌아가서 오보임을 알았다고 했다. 조씨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계속됐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그만하자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데 유족들에게는 상처다. 사고 직후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99년생 강현주(22)·강채린(22)씨에게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주씨는 “유족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린씨는 “애도에는 단계가 있다. 지금은 단순히 슬퍼하고 분노하기보다는 그때 우리의 감정을 잘 간직하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반 이상 “세월호 진상 규명 안 됐다고 느껴”
이들 대부분은 7년 전 참사 당일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응답자 일부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된 것 같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학생 김재원(24)씨는 “항상 세월호를 기억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면서도 “진상 규명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당시 의혹들의 100%를 모두 알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했다.

신동환씨, 김재원씨, 이병인씨, 임모씨.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정권이 바뀌었지만,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느낀다고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 안다올(20)씨는 “세월호는 큰 비극이었다. 유족들이 여러 요구를 했지만, 그분들이 마음이 풀어질 만큼 이뤄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망 크지만, 보수화 단정 어려워”
이들에게 4·7 보궐 선거 이후 20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재원씨는 “20대가 보수화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할 줄 알고 뽑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고 실망이 컸기 때문이지 이걸 보수화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조용준씨는 “일부 보수화된 친구들도 있다. 그보다 지금 20대가 살기 어렵게 만든 시스템이 문제다. 내 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할 희망이 사라져 여당에 반대하는 투표를 한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와 촛불 혁명으로 진보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여당이 20대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을 보여주지 못했다”(조소희),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세월호 세대는 모순을 느낀다. 반값등록금이나 20대를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이모씨)는 평가도 있었다.


“무조건적 지지는 편협…불공정 감시”

홍정민씨, 이윤경씨.

이윤경씨는 “스스로를 중도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 정책이 20대에게 공정하다는 생각은 안든다”면서 “진보와 보수 특정 세력에 고착된 무조건적인 지지는 편협하다고 본다. 잘하고 못하는지 감시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권새라씨는 “세월호 이후 촛불 집회 때는 불합리한 사회에 일어났다면 지금은 불공정에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응답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현재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글·사진 = 여성국·이가람·함민정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