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이 함께 돕자"..MZ세대는 SNS로 나눈다 [기부,부의 품격⑤]

정희윤 2021. 4.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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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씨가 진행하고 있는 소아암환아 기부 프로젝트 'SAP 368 PROJECT'와 기부 인증서. 기부받는 아이들에게 액운을 물리쳐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삽살개의 '삽'(SAP)과 이미지를 사용했고 368은 삽살개의 천연기념물 고유번호라고 한다. 위 티셔츠는 세 번째로 판매할 상품이라고 한다. 이명진씨 제공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의 뉴스를 보면서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소아암을 알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 이명진(27)씨가 친구 두 명과 함께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지난 1월부터 의류를 제작해 자신의 SNS에서 판매하고,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소아암 환아들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보험회사 다닐 때 병원 암센터에서 소아암 환아들을 만난 경험이 있었고 소아암은 시간과 금전적 여유만 있다면 80%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는 말이 생각나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3월 초 맨투맨과 모자 판매를 마치고 각 30만원, 10만원을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구매에 동참한 사람들에게는 ‘기부동행자’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들의 명단과 기부 현황을 SNS에 공개했다. 이씨는 세 번째 판매를 기획 중이다.


‘학교 이름으로 기부할 사람’…17개 대학 동참

지난해 3월 서울대 재학생 두 명이 추진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 사이트. 김영민씨는 기부자 명단과 모금 및 기부 현황을 공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snudonation 캡처

코로나19로 고액 기부도 늘었지만, 새로운 기부의 방식도 늘었다. MZ세대(20~30대) 는 직접 모금을 ‘기획’한다. 소액일 수도 있고 성패에 따라 큰 금액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대학생들이 커뮤니티 중심으로 기획한 캠페인이 전국 대학으로 퍼지기도 했다. 경희대 학생 3명이 학교 커뮤니티에 '학교 이름으로 같이 기부할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이 열풍은 3월 중순까지 국내 17개 대학에서 잇따랐다.

당시 서울대에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을 진행한 김영민(23)씨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대학 사례를 보고 학내 커뮤니티에 학우들 생각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기부로 '어려울수록 뭉치고 함께 이겨내자'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기부 방법이나 기부 기관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기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별도 사이트를 만들어 기부자 명단과 모금 및 기부 현황을 모두 공개했다.


MZ세대의 기부 증가 추세

‘사랑의 열매’ 연령대별 기부자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특별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 가운데 MZ세대 비율은 38.2%였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5.6%, 2019년 강원도 산불 때는 32.1%로 점차 증가 추세다. 이들 중에서도 20대가 크게 늘었다. 2014년 세월호 특별모금의 경우 20대가 전체 기부자의 1.8%(1751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코로나 특별 모금에서는 12.1%(1만 2855명)로 6.7배가 증가했다.

MZ세대의 기부 증가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아름다운재단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와 한국인의 기부 행동을 연구한 '기빙코리아2020'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기부에 더 많이 참여한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와는 다르게 재난 상황에서는 젊을수록 기부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계획되지 않은 일시적 기부라는 특성이 있고, 한편으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코로나 19 피해가 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보고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한 온라인 기부참여의 정도가 젊은 세대에 비해 낮은 현실을 반영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은 "최근에는 IT 중추 기업들이 운영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을 통해 소소하게 취향에 맞고 관심 있는 분야에 일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등 기부 플랫폼도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며 "이게 MZ세대들의 소비 패턴이나 성향과 연결되면서 기부를 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앱으로 간편하게 하는 기부 등 수단의 편리성이 기부를 확산시켰지만, MZ세대의 의식이 변해서 기부가 는 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 기부가 고액 기부로 이어져”
정재훈 교수는 "기존에 잘 알려진 기부처는 굉장히 전통적인 성격을 띤다"며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모금 경로나 사용처 등을 트렌드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모금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왜 내가 사회에 얼마를 환원해야 하는지, 왜 남을 도와주고 살아야 하는지, 사회 연대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야 기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호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마케팅 본부장은 "어릴 때부터 기부에 대한 인식이 생겨야 고액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며 "QR코드나 페이를 통해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혜영 자원개발본부장은 "기부처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홍보가 많이 돼야 MZ세대 입장에선 올바른 판단도 하고 스스로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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