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에 거래 바닥.. 다주택자 계산 복잡해졌다

이택현 2021. 4. 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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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택 처분을 망설였던 다주택자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세 부담을 넘어서면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뚝 끊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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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정부 공시가 현실화 제동
재건축 규제 완화하면 집값 상승
공시가 조정땐 세부담 가벼워질 듯
지난 2·4 대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상승세가 다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 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 전주(0.05%)보다 폭이 커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재건축 단지인 홍실아파트. 연합뉴스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택 처분을 망설였던 다주택자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으로 거둘 이익으로 보유세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워졌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시장 환경이 ‘버티기’에 유리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살아나자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7702건으로 지난달 14일(4만4715건)에 비해 6.6% 증가했다. 최근 올해 공시지가가 공개되면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회피 매물 출회가 본격화해 매물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달 말이면 매물 출회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바닥이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857건으로 지난해 12월(7520건)의 절반 수준이다.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은 3월 거래량(2991건)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법인세 회피 매물이 쏟아지자 개인이 이를 남김없이 사들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집값이 이미 너무 오른 데다 정부 공급대책의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워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장이 눈치싸움을 하는 가운데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는 점이다. 우선 세 부담이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오 시장이 당선 후 서울시와 서초구, 제주도 등은 최근 정부 공시가 현실화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시가 조정이 관철돼 다주택자 세금부담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오 시장 공언 대로 2~3개월 내 재건축 규제가 완화하면 6월 이후 다시 한 번 집값 상승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세 부담을 넘어서면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뚝 끊길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6월을 앞두고 세금 회피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12·16 대책’에서 종부세가 강화되고 양도세가 중과되자 4월 말까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으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물 출회가 제한적이었다. 집값이 끝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은 적었다.

전세난도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와 송파구 등의 전셋값은 이달 들어 마이너스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이 활성화하면 강남 등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급격히 늘 수 있다. 전셋값 상승이 서울 외곽, 경기도, 인천 등으로 확산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성은 있지만,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5일 “다주택자 매물이 좀 나오면 가격이 내릴 판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라며 “재건축을 활성화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강남 재건축 밀어붙이는 게 옳은 것인가 판단하고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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