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는 잔칫집인데 中 증시는 왜 '마이너스' 늪에 빠졌나
바이든의 對中 강경 기조 등 영향
中 정부 빅테크 길들이기도 '한몫'
중국의 3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0.6%나 늘어났다. 액수(2411억 달러)로 보면 지난해 12월과 11월, 올 1월 1~3위에 이은 역대 4위다. 수입증가율은 38.1%로 당초 예상치 24.4%를 훨씬 웃돌고, 특히 대미 수입액이 75%나 늘어난 175억 달러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를 반영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무려 18%나 급등할 것이라는 금융그룹 맥쿼리의 전망치를 소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중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반면 중국 증시는 지난 2월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다. 15일 종가기준으로 상하이 종합지수는 연초이후 약 -3%,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지수는 -7.5%로 기력을 잃은 상태다. 지난해 주요국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2.3%라는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같은 기간 10% 가량 오른 것과도 대조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월가 3대 은행들은 미 증시 활황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5~7배나 오르는 등 잔칫집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증시와 동조하던 코스피도 이제는 미국 나스닥 증시와 동조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나스닥과 중국 상하이 지수 간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와 관련,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중국 증시 부진 이유로 4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우선 2월 이후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 전환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약화 현상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신흥국 시장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현재는 그 영향이 소멸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뺨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기조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불안심리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아케고스캐피탈의 마진콜(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사태도 어느정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증시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알리바바 규제 강화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우선 꼽힌다. 최근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 34개사를 대거 소환하는 등 플랫폼 기업 등 디지털 경제관련 기업에 대한 길들이기를 본격화했다. 디지털 경제 육성도 중요하지만 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나 중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빅테크 기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여기에다 향후 경기에 대한 과열 우려가 근저에 깔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올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대로 높게 잡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6%대로 보수적으로 잡아 놨다. 그 이상의 성장은 거품이라는 인식을 하는 셈이다. 2월 초부터 금융기관의 대출을 옥죄고 있는 것에서 긴축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올 성장률을 6%대로 대폭 높게 예상하는 미 정부가 1조9000억 달러의 3차 부양책도 부족해 4조 달러 가량의 인프라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 증시가 미국 증시 못잖게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당분간 완화할 여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외국인 자금 등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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