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후보 연속인터뷰] ① 초선이 묻고, 권성동이 답하다
데일리안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후보 연속인터뷰를 시작한다. 원내대표 경선은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로도 불린다. 국민의힘 의원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初選) 의원들과의 통화를 통해 원내대표 후보를 향한 질문을 수집해 인터뷰 질문지를 구성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3선 시절부터 유력 원내대표 후보군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4선 중진 고지에 오른 뒤, 첫 원내대표 경선은 타의(他意)로 쉬어가게 됐지만, 내년 3·9 대선을 앞둔 엄중한 시점에 마침내 진검을 뽑아들었다.
15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권 의원과의 인터뷰 화두는 4·7 재·보궐선거 승리의 의미와 과제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재보선 승리는 최근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던 서울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 승리의 배경에는 2030 세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 어떻게 전국정당화를 이어갈 것인지, 또 2030 세대가 이번 재보선에서 보여준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가 관심일 수밖에 없다.
권성동 의원은 재보선 승리에 대해 "온전히 우리의 노력으로 승리했다기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기대서 승리한 측면이 컸기 때문에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받들 것인가 고민돼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우리 당이 특정 지역과 너무 가깝다는 인식을 허물어뜨리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에서 지도부 인사가 나와서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가 될 경우 2030 세대의 지지에 부응해 원내에서 추진할 중점 정책 과제로는 "청년들에게 '교통요금을 할인해주겠다' '5GB 데이터를 주겠다'는 '퍼주기'를 젊은 세대들은 원하지 않았다"며 "청년들은 노력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원하고 있는데 요새 입시나 취업에 여러 가산점 제도와 특별전형 등 공정하지 않은 게 있어, 모든 입시절차와 채용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과 맞물려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18개 상임위의 재배분 문제가 정국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권 의원은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효과적인 활약을 위해서라도 '상임위 재배분'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권성동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 국정감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국감을 통해 정부·여당의 실책, 오만과 무능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증인 채택 등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년만 봐도 라임·옵티머스 사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 LH 공공기관의 땅투기 등 대형 사건이 많았는데, 우리 야당이 상임위에서 효과적으로 공세를 취하지 못했다. 그것은 상임위원장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상임위원장을 갖고오는 게 순리"라고 방점을 찍었다.
입법·원내운영과 함께 원내대표의 핵심 소관사항은 예산이다. 특히 내년초에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현 정권이 올해 '으쌰으쌰 위로금' 등을 포함한 대규모 선심성 예산안을 편성하고 조기 집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론이 보편지급이라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만약 민주당이 21대 총선처럼 보편지급을 했을 때는 승리했는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렵에는 선별지급을 해서 패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래서 다음 대선 때에는 보편지급을 해야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국민을 그야말로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정치인들보다 훨씬 똑똑하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모든 시민들에게 1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먹히지 않았다"고 보편지급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한 특정 직종과 특정 계층은 계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다. 국가의 시책에 따른 피해이기 때문에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은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권성동 의원은 자신에게 '원내대표 이후의 자리'에 대한 사심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과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관계가 삐꺽댔던 가장 큰 이유는 당대표·원내대표가 그 자리를 바탕으로 더 큰 자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라며 "나는 어떤 자리에 가든지 간에 그 자리가 내 마지막 자리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내 다음 자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믿어도 좋다"고 천명했다.
당내 현안인 지도체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우리가 야당이고 계파 정치도 없으니,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도부에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또 중량감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좋다"며, 순수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데일리안의 요청에 응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권성동 의원의 답변을 담은 인터뷰 전문이다.
"재보선 민심을 어떻게 받들지 마음 무겁다
당 지도부, 여러 지역에서 나와서 구성해야
2030 세대, '퍼주기' 아닌 '공정한 절차' 원해
투명·공정한 입시·취업 만드는 정책에 주안"
- 2030 청년들이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우리 당에 표를 많이 던졌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해 원내에서 중점적으로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이나 정책을 구상한 것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젊은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다. 청년들에게 교통요금을 할인해주겠다, 5GB 데이터를 주겠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책이 아니라 '퍼주기'였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보면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청년들은 기회의 평등, 공정한 절차를 원하고 있다. 노력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요새 입시나 취업에는 여러 가산점 제도가 있고, 특별전형도 있어서 이런 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노력한만큼 댓가가 돌아가는 사회구조와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모든 입시절차와 채용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그런 정책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노력하겠다.
아들딸을 두고 있는데 그 친구와 조카들을 통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려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우리 당내에도 참신하고 능력 있고, 기성세대의 눈으로 봤을 때는 무모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도전의식에 가득차 있는 30대 원외당협위원장들이 많다. 이들과도 자주 만나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많이 미흡했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당 의원들과 같이 젊은 세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겠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 전국정당으로 면모를 일신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야할텐데 전국정당화와 관련한 복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이번 재보선에서 우리가 승리했지만 온전히 우리의 노력으로 승리했다기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기대서 승리한 측면이 컸기 때문에 환호작약할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받들 것인가 고민돼서 마음이 무거웠다.
수도권에는 전국 모든 지역 출신 분들이 다 와있다. 우리 당이 특정 지역과 너무 가깝다는 인식을 허물어뜨리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에서 지도부 인사가 나와서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도권이 보통 보면 3~5%p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다. 우리 당이 서울시의 49석 중에 8석 밖에 안될 정도로 서울에서 열세다. 그런데도 방치를 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에게 공천을 준다? 나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 받은 분들 중에 참신하고 능력이 있었지만 지역에 착근할 시간과 기회가 없는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선거가 끝나면 방치한다. 희생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원외당협위원장이나 젊은 정치지망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들에게 당직도 주고, 현역 의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함께 관심 있는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좋겠다.
또, 호남과의 소통이 굉장히 부족했다. 수도권에 호남 분들이 굉장히 많이 와계신다. 우리 당의 약점이 그것이다. 우리 당이 체질화될 정도로 호남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공감을 강화해야 한다. 호남 출신 인사들을 과감하게 우리 당에서 발탁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에 시정을 맡게 됐다. 지금 우리 당이 중앙정부에서 호남 인사를 발탁할 수는 없지만, 나는 서울시 공무원을 발탁할 때 우리 당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시정에서부터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 당 의원 중의 50명이 '호남 동행 의원'이다. 호남과 동행하지 않고서는 우리 당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국민통합위원회를 발족했다. 나 또한 호남과의 동행에 주안점을 두고 광주광역시 동행 의원을 자원했다. 이는 우리 당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내대표 된다면 협상 7·투쟁 3의 비중 둘 것
재선 때 간사 제일 많이 했다…협상력 뛰어나
대선 앞두고 국감 중요, 상임위원장 찾아와야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위한 예산은 확충할 것"
- 리더십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카리스마형 리더십과 서번트형 리더십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칼로 무 베듯이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당내에서 원내대표의 리더십, 그리고 당의 두 번째로 큰 스피커로서 여당과 국민·언론을 상대로 할 때의 리더십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소통을 활발히 해야 하고 항상 경청해야 하며, 의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바람막이가 되는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21대 들어서 우리 당에 계파색이 없어졌다. 민주적이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과거 지도부처럼 일방적인 결정으로 의원들을 이끌어가기는 어려운 시기가 됐다. 폭넓게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서번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당과의 협상에 있어서는 국민의힘 의원 전체를 대표하는 원내대표로서 기본적으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을 상대로 할 때에는 굉장한 논리력이 필요하고 전달력이 뛰어나야만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수가 있겠다. 결국 서번트형이나 카리스마형으로 일도양단하기는 어렵겠고, 양면을 다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초선 의원들께서는 내가 재선이나 3선 의원일 때 의정활동을 가까이에서 함께 못하셨기 때문에, 나를 TV나 언론에 투영되는 이미지로 주로 접하셨을 것이다. 내가 재선 의원일 때 우리 당에서 간사를 제일 많이 했다. 법사위 간사와 환노위 간사를 했고,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위 간사, 국정원댓글사건국정조사특위 간사, 황교안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간사 등 특위 간사들도 많이 했다.
상대 정당과의 협상을 통해서 위원회를 원만하게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을 할 때에도 여야 의원들 간의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해서 '공약수 법안'을 만드는데 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시 함께 법사위를 했던 여야 의원들은 다들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협상력 또한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씀드린다."
-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 재분배를 할 수 있되, 법사위는 내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법사위를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올 생각인가. 아니면 법사위원장을 주지 않으면 상임위 재분배를 전면 거부하고 18개 상임위원장 민주당 독식 체제를 유지하라고 할 생각인가.
"국회 내에서 여야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돼야 건강한 국회가 될 수 있다. 수십 년간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양당이 나눴다. 상임위도 의석 수에 따라 배분했다. 하나의 관행이 수십 년간 유지됐다는 것은 타당성과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고, 사실상 불문법이 됐다고도 할 수 있겠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법사위를 빼앗아간 것은 의회정치를 실종시킨 것이고 부정한 것이다. 정말로 잘못한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독식 상태와 관련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야할 것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 국정감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국감을 통해 정부·여당의 실책, 오만과 무능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인 채택과 상임위 운영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1년만 봐도 라임·옵티머스 사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 LH 공공기관의 땅투기 등 대형 사건이 많았는데, 우리 야당이 상임위에서 효과적으로 공세를 취하지 못했다. 그것은 상임위원장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임대차3법도 우리가 국토위원장을 갖고 있었더라면 국민들의 크나큰 고통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더라도 경감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악법을 막는데 있어서도 상임위원장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모두가 동등한 헌법기관이지만 선수별 역할이 있다. 재선일 때는 초선 때의 경험을 살려서 상임위 간사를 하며, 3선일 때에는 다시 재선 때의 경험을 살려 위원장을 한다. 그런데 상임위원장이 없어 3선 의원들이 역할을 할 기회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3선 의원이 초·재선이 해야할 역할을 하면, 초·재선이 경험을 쌓을 공간이 없어진다. 각 의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 측면을 봤을 때에는 상임위원장을 갖고오는 게 순리겠다.
법사위가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협상전략이기 때문에 지금 밝힐 수는 없다. 다만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재보선에서 대패했는데, 오만과 독선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국회에서의 협력과 상생, 협치 뿐이다. 민주당이 협치를 포기하고 지난 1년과 같은 길을 가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인지, 아니면 소수파인 야당의 목소리,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좀 더 유연하게 나갈 것인지,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 원내대표 임기 중에 여당이 임대차3법 밀어붙이듯 숫자로 밀어붙이는 일이 재연된다면 어떠한 전략으로 여당의 숫적 우위에 맞서 우리의 협상력을 제고하고 요구를 관철할 생각인가. 임대차3법 때처럼 당할 때는 당해주되 민주당의 전적인 책임임을 분명히 해두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비중을 협상에 7을 두고 투쟁에 3 정도를 둘 생각이다. 협상을 하다하다 안되면 투쟁으로 가야 한다. 20대 국회 때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두 가지가 있었다. 그 때도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은 처음부터 거부할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협상에 들어갔더라면 여당 일변도의 법안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초안은 정말 말도 안되는 법이었고 독소조항이 많았는데, 법사위를 거치면서 독소조항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었다. 국민께 피해가 덜 가는 방향으로 최대한 협상을 해보되, 만약 안된다고 하면 국민을 상대로 법안의 문제점과 폐해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알리고 설득하는 정치를 하겠다.
처음부터 협상도 안해보고 법안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협상을 해서 '이 정도면 됐다'면 합의를 해주는 것이고, 도저히 이 부분은 대화가 안된다, 우리 당의 정체성과 너무나도 배치된다고 한다면 과감하게 협상장을 박차고나와 국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할 수밖에 없다."
- 일각에서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 직전처럼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하지 않고 선별지급했던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 예산국회 때에는 보편지급을 위한 예산을 대거 확보한 뒤, 내년 3·9 대선 직전에 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예산안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민주당이 21대 총선처럼 보편지급을 했을 때는 승리했는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렵에는 선별지급을 해서 패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래서 다음 대선 때에는 보편지급을 해야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국민을 그야말로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정치인들보다 훨씬 똑똑하시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나타나지 않았는가. 10만 원씩 지급하겠다, 모든 시민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먹히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으로 국민을 좌지우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 당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책임 추궁을 해야할 필요가 있겠다. 백신을 제때 확보하는데 실패해서 그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부분도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한 특정 직종과 특정 계층은 계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다. 국가의 시책에 따른 피해이기 때문에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은 확충을 해야 하겠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충돌 원인은 '사심' 때문
내 다음 자리 고려해본 적 없다…믿어도 좋아
야당이고 계파도 없으니 집단지도체제 바람직
대선 앞두고 지도부에 무게·활력 넘치게 해야"
- 원내대표 경선이 있은 직후에는 전당대회가 열려 새로운 당 지도부가 선출된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모든 현안에서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견해가 하나같이 일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며, 당대표와 의견 차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이번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정권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같기 때문에 충돌할 여지가 별로 없겠다. 사실 충돌할 이해관계도 없다. 이번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은 아주 단순하다. 대선 승리다.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 의견 대립이 있을 게 없다.
당직자 임명, 당협위원장 임명, 조직 정비,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의 공천…이런 이해관계가 있을 때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지 않은가. 당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의 확장과 혁신에 앞장서는 한편 주요 대선후보군을 관리하면서 공정하게 경쟁시키는 역할을 하면 되며,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면서 협상할 때는 협상하고 싸울 때는 파이팅 넘치게 싸우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래서 큰 의견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대표와 의견 차이가 생긴다면 기본적으로는 당대표의 의견을 존중하겠다.
그렇다면 과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삐꺽댔던 가장 큰 이유는 뭐냐. 당대표·원내대표가 그 자리를 바탕으로 더 큰 자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그렇게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떤 자리에 가든지 간에 그 자리가 내 마지막 자리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내가 20대 총선 직후에 사무총장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중후반기였다. 더 큰 자리에 가고 싶었다면 청와대의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 당의 실세였던 최경환 전 원내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호영·유승민·장제원·이철규 등 7명의 무소속 당선인을 복당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내 맡은 자리에서 무엇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무엇이 국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만 고민하며 일을 해왔고, 내 다음 자리는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 점은 믿어도 좋다."
- 원내대표를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Whip(채찍)이라고 부른다. 의원단의 기강을 잡는 것도 역할이다. 내년 3월 9일까지 당의 모든 초점은 정권창출에 맞춰져야 하는데, 만약 우리 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거나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에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란이 소속 의원 중에 발생했는데 당사자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판단 기준은 항상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여야 한다. 그에 맞지 않는다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논란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발언이라고 하면,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발언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게 될 때도 있다. 발언 전체의 맥락이나 취지를 보면 문제가 없는데, 특정 단어를 끄집어내서 누구를 폄하하고 무시했다는 듯한 기사가 작성되고 민주당의 비난 성명이 나올 때가 있다.
지금까지 보면 민주당이나 특정 언론에서 오해를 증폭시키는 경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언론 환경이 우리 당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라면 개별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은 원내대표가 바람막이나 방패막이의 역할도 해줘야 한다. 정당하고 활발한 의정활동의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면 적극적인 방패막이가 돼줘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당은 민주당에 비해 그런 역할은 부족했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논란은 당연히 정도에 따라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 우리 당의 차기 지도체제와 관련해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 유지와 순수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을 놓고 당내 견해 차이가 있다.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차기 지도체제에 관한 견해가 궁금하다.
"과거의 순수집단지도체제가 '봉숭아학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원인은 청와대에 있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청와대에 뜻에 따라서만 발언을 하다보니 갈등이 증폭된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단일성 지도체제로 바꿨는데 지도부의 무게감이 너무 떨어졌다. 또,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다보니 당대표가 독주할 경우 막을 길이 없었다.
지금은 우리가 야당이고 계파 정치도 없으니,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도부에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또 중량감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고 새 지도부에 공천권도, 이해관계도 없다.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해서 보다 많은 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지도부에 들어와야 지도부에 무게감도 실리고 발언 하나하나에 설득력과 전달력, 신뢰가 높아질 수 있으며, 지도부 자체에도 활력이 넘치게 된다."
-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와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해야할 책무를 진다. 흥행을 성공시켜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는 한편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 정권을 탈환해오려면 대선후보 경선을 어떻게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복안이 궁금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보듯이 후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다. 경선 자체가 흥행에서 성공할 수 있게 되며, 최종 후보의 경쟁력도 강해지지 않았는가.
대선후보 경선의 문호를 제한하지 말고 활짝 열어야 한다. 정권교체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삼고초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당의 플랫폼 내에서 활발한 경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데일리안 정도원 이슬기 최현욱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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