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명 움직이는 그들..吳이어 이재명·박형준도 "독자방역"
박형준 "점심, 5인 이상 허용 추진"
오세훈, 주내 서울형 방역안 마련
정부 "중대본과 협의·조율이 원칙"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명 안팎에 달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역형 독자 방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 차원의 백신 확보를, 박형준 부산시장은 점심시간 5인 이상 모임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취임 직후부터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내세우며 큰 주목을 받자 다른 지자체도 자체적인 방역대책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15일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을 독자적으로 도입해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경기도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 질의에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도 차원의 정책’을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지자체 차원의 백신 독자 확보를 언급한 것은 이 지사가 처음이다.
이 지사는 “백신 확보와 예방접종이 가장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정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예방접종이 이뤄지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고, 시·군과 협력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을 우리 경기도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 접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중앙정부에 건의해서라도 추가 백신을 확보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도 이날 사적모임 인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부산형 방역’을 꺼내 들었다. 박 시장은 부산시청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되는 시기에 같은 일행에 한해 평일 점심시간만이라도 5인 이상 모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 목욕은 허용하면서 월 목욕은 금지하는 등 불합리한 방역수칙은 계속 보완하고 일시적 매출 상승으로 정부 버팀목 자금 지원에서 제외되는 기준 등도 개선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소에서는 테이블 이격, 칸막이 설치, 방역수칙을 더욱 강화하고 시가 필요한 조치를 지원하겠다”며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방역과 경제의 균형점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작 화이자 백신 구했으면 지자체 독자노선 없었을 것”
독자 방역에 가장 먼저 나선 서울시는 이번 주 중으로 ‘서울형 거리두기’의 골격을 마련한다.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업장별 영업시간을 세분화하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국무회의 직후 “간이검사키트 도입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5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자가검사키트의 도입 방법, 적용 대상 등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며 “현재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약처 등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위한 제반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이에 발맞춰 시범사업 시행 방법, 시기 등에 대해 중앙정부와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 정부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지자체의 백신 자체 도입과 관련해 “검토해 본 적이 없어 즉답하기 어렵다”며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른 백신은 지자체가 알아서 구매해 쓰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수입 규정 등에 문제가 없는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부산이라든지 특정한 지자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때에는 중대본 회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합의되고, (그 이후에)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중앙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대책을 내놓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결국 중앙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진작 화이자 백신을 구해와 접종했으면 지자체가 정부 방역정책과 다른 노선을 펼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자체 백신 확보가 실질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모든 국민이 함께 접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박사라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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