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봄, 세상은 더 가혹해졌다.. 97년생 '세월호 세대' 이야기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세월호 세대’의 삶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피해자들과 동갑인 97년생(당시 18세) 양지혜(25)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사무처장은 참사 4개월 뒤 거리로 나섰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멈춘 날이었다. 교복을 입은 그는 동조 단식을 선언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렇게 희생자들을 위한 연대를 결심했다.
세월호 참사로 삶이 바뀐 건 양 사무처장 뿐만이 아니었다. 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나이였던 1997년생 ‘세월호 세대’들은 이제 청년이 됐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만난 세월호 세대들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 더 가혹하고 위험한 현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양 사무처장은 “2014년과 2021년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많은 위험을 떠안고 산다고 했다. 세월호 세대들이 사회에 나온 2016년에 경험한 ‘구의역 사고’도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됐다. 사고 피해자와 세월호 피해자는 동갑이었다. 양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 이후에도 국가 시스템에 의해 여전히 목숨을 잃는 청년이 있다”고 말했다.
양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식 농성을 펼친 이후 활동가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위티’를 만들어 ‘스쿨 미투’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일상의 당연한 믿음이 깨지는 사건이었다”며 “국가는 청소년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직접 묻고 싶어져서 거리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신민주(28) 서울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 역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가난하고 위험한 일을 떠안는 청년은 더 많아졌다”며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고 청년의 위험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학생이던 그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추진했다. 신 상임위원장은 “‘우리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살아있으니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사회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세월호 참사로 이들 세대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 졌다. 대학생 박민선(25)씨는 “교수님은 우리 학번을 4·16학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문제에) ‘이렇게 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다는 것도 하나의 표출 방식이다. 희생자와 동갑인 박수현씨는 “세월호 세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대로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거리로 나서지 않더라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세월호 사진으로 바꾸거나, 친구에게 사회 기사를 공유하는 것 모두 이전에는 없었던 변화라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서기 전 겪은 가장 큰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나현(25)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관심이 높아져 세월호의 기록을 직접 찾아다녔다. 일본 등 국가의 대피 시스템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유일하게 생명과 안전을 고민해본 세대일 것 같다”며 “일본 지진 대피 시스템을 보고 ‘세월호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세대는 ‘연대’를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양 사무처장은 “세월호 사태 이후 약자와의 연대가 강해진 느낌”이라며 “당시 촛불을 들었던 세월호 세대들이 지금은 페미니즘과 노동 문제 등 사회의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세대와 또래인 위혜진 ‘위티’ 활동가는 “우린 힘을 합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촛불 시위로 경험한 세대”라며 “연대는 ‘사람을 살리자’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라는 건 모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회다. 양 사무처장은 “소외당하는 계층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는 불평등에 유독 민감한 세대”라며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20대의 죽음과 폭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 출발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위원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세대’만 세월호 참사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5060대 어른들이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 사무처장은 “세월호 세대에게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되는 것은 사고 원인이나 과실을 찾는 문제를 넘어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지, 우리가 자긍심을 가져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전성필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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