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퍼·약국 가서 백신 골라 맞는 미국
세계적 공급난 속 백신 여유 확인
지난 7일 찾은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는 코로나19 백신 출장 접종소로 바뀌어 있었다. 예약 e메일을 보여주고 입장하니 공항 출국장에서나 보던 대기 줄이 설치돼 있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본인 확인을 마치자 곧바로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접종 뒤 이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대기한 30분을 포함해 접종을 마치기까지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용은 건강보험 회사나 연방 정부가 부담했다. 간호사는 접종 장소·날짜·시간, 백신 종류와 제조 번호를 적은 카드를 건네며 “앞으로 보여 달라는 곳들이 있을 테니 지갑에 잘 넣어 다니라”고 당부했다. 논란 중인 ‘백신 여권’의 도입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백신을 맞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반경 1㎞ 안의 수퍼마켓과 약국 등 곳곳에서 접종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자이언트, 소매 약국 체인인 CVS헬스와 월그린스가 예약을 받고 워싱턴에 살거나 이곳으로 출근하는 타 지역 거주자에게 백신을 놔준다. 연령과 직업에 따라 접종 자격을 순차적으로 부여하는데, 최근 미디어 종사자도 차례가 됐다.
접종소마다 구비한 백신의 종류를 공개해 맞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예약 없이 장 보러 갔다가 우연히 그날 남는 백신을 맞은 경험담도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소문이 퍼지자 일부러 약국 문 닫을 시간에 근처를 배회하는 ‘백신 하이에나’도 생기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백신 속도전을 벌이는 현장이다. 지난 2월 대형마트와 약국 체인 등에서도 접종할 수 있게 하면서 접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약국 체인의 약사도 백신을 주사할 수 있게 했다. 매장 한쪽에 가림막을 쳐놓고 접종하는가 하면 탈의실에서 주사하기도 한다. 처음 제시했던 ‘1억 회’ 목표는 취임 58일 만인 지난달 18일 이미 달성했다.
지난 13일까지 미국 인구의 37%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고 22.7%가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접종 목표인 ‘집단면역’도 눈앞에 다가왔다. USA투데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 속도라면 백신 1회 이상 접종자가 6월 26일께 인구의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전 세계 공급난 속에서도 ‘미국 우선’을 재확인하고 있다. 듀크대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센터의 크리슈나 우다야쿠마르 소장은 공영 라디오인 NPR에 “미국은 7월 말까지 9억2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하게 된다”며 “여름이면 미국에서 백신이 남아돌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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