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회의 이틀만에 TSMC, 중국과 거래 끊었다
1분기 미국업체 주문 늘며 자신감
중국 매출 큰 삼성 고민 더 커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와 또 거래를 끊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19개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와 화상회의를 하고 ‘반도체 헤게모니 탈환’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진출 선언에 이어 TSMC까지 바이든의 요청에 화답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삼성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중국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페이텅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TSMC와 협력이 끊기면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 중국 수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 활동에 쓰이고 있다며 페이텅을 포함해 중국의 관련 기관과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앞서 TSMC는 주요 고객이던 중국 화웨이와도 거래를 끊었다.
타이완포커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 1~3월 매출 3624억 대만달러(약 14조2000억원), 영업이익 1340억9170억 대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7%, 36.6%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TSMC 실적 호조는 60%에 이르는 애플·AMD·퀄컴 등 미국 고객사의 주문량이 늘어난 덕분으로 보고 있다. TSMC가 중국과 ‘손절’을 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TSMC처럼 중국에 등 돌리고 미국만 바라볼 수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TSMC는 중국 내 반도체 양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이른바 ‘큰손’이라고 부를 만한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미국에 있다”며 “중국 매출 비중이 크고,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다만 삼성전자가 검토 중이던 미국 내 파운드리공장 증설 건에 대해, 백악관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춰 바이든의 임기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백악관 서밋 후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 명의의 트위터를 통해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와의 대화 자리를 만들어준 바이든 정부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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