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또 법정관리..쌍용차 다시 살아날까

김영민 2021. 4.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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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이냐 파산이냐 벼랑끝 위기
마힌드라 인수 뒤 티볼리로 반짝
신형 코란도 실패 뒤 4년연속 적자
전기차·자율차 미래 준비도 못해
쌍용차 "M&A 통해 조기에 졸업"
쌍용자동차가 12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5일 오전 경기도 쌍용차 평택출고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법원이 15일 쌍용자동차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정 관리인은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을 선임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부장 서경환 법원장)는 “쌍용차가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회생 계획안 제출 기간은 오는 7월 1일까지”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법원의) 회생 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치겠다”는 입장을 냈다. 정 관리인은 “협력사들과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에 생산을 재개하고 차질 없는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해 고객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지원(ARS)을 신청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쌍용차에는 임직원 5000명과 협력업체 219곳이 있다.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 1조8000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지난 7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악화하는 쌍용차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쌍용차 사업보고서]

현재 쌍용차는 처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0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현재 경쟁력도 부족하고 내세울 만한 미래 기술도 없다. 한때 체어맨 같은 명차를 만들고 코란도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로 불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곳도, 투자하겠다는 곳도 찾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쌍용차의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생 혹은 파산으로 결정된다.

쌍용차는 2019년 신형 코란도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경유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는 쌍용차에도 치명타를 안겼다. 2015년 티볼리를 출시할 때만 해도 디젤차 판매량이 가솔린(휘발유) 차량과 비슷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시장에선 고출력 엔진 기반의 가솔린 SUV 판매량이 늘었다. 디젤 위주의 SUV에서 강세를 보였던 쌍용차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차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경쟁 업체는 SUV 전기차까지 출시했지만 쌍용차는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지 못했다.

쌍용차는 이미 여러 차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경영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자동차 업계는 보고 있다. 쌍용차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 적자는 4493억원이다. 2019년 영업 적자(2819억원)와 비교하면 60%가량 불어났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쌍용차 노사가 정부의 친노동·친고용 정책에 너무 기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용이 아무리 중요하지만 쌍용차는 사기업”이라며 “50대 생산직을 위해 또다시 공적자금을 붓는다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가만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원칙론을 강조하며 12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단체협약 갱신 주기 연장(3년), 흑자 전환 때까지 파업 중단 등을 약속해야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산은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며 “자구 노력 없이 정책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에만 기대 회사를 존속하는 건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란도의 ‘SUV 명가’ 환란 때 몰락 … 대우→상하이차→마힌드라→?

쌍용차, 법정관리 졸업 10년만에 다시 회생절차 돌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쌍용차는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가 모태다. 77년 동아자동차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88년 현재의 쌍용자동차가 됐다. 국내 첫 SUV인 코란도를 주력 차종으로 판매했다. 97년 출시한 체어맨은 개발 기간 5년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개발비 4500억원을 투입했다. 쌍용차는 외환위기 파고 속에 3조원까지 불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됐다. 1년 뒤 대우그룹마저 분해되자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가 2009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돌연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할 때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30만 대까지 생산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쌍용차의 연간 생산 규모는 15만 대에서 9만 대로 급감했다. 상하이차는 한국 정부 예산까지 받은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갔다.

첫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쌍용차는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한 노동조합은 77일간 경기도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 파업’을 벌였다. 한상균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64명이 구속됐다. 해고자 160여 명을 포함해 17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첫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쌍용차는 2015년 3월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 효과로 2016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티볼리가 애프터서비스(AS)나 후속 모델 등에서 뒷심 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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